17일부터 무기한 전면휴진에 들어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근거 없는 의료정책 강행을 온몸으로 저항하겠다”며 전공의 대상 행정처분 취소 등 정부의 전향적 조치를 거듭 촉구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의대에서 집회를 열어 “근거 없는 의료정책 강행을 온몸으로 저항한다. 현장을 모르는 정책 결정권자가 의료를 망치는 것을 두고 보지 않는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집회는 교수·전공의·의대생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우리는 국민이 불합리한 의료정책의 희생자가 되는 걸 묵과할 수 없다”며 “의료전달체계를 우리 손으로 바로 세워 중증·난치질환 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진정한 최상급 종합병원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1주일, 외래와 수술 일정이 조정됐지만 서울대병원은 열려 있다. 교수들은 근무하고 있다. 병원에 오면 진료받을 수 있다”며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의료를 만들 수 있을지 공부하고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진료 참여 교수 967명 중 529명이 휴진하며, 수술장 가동률은 62.7%에서 33.5%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입원환자나 중증·응급환자는 그대로 보고, 예약 변경을 공지 받지 않았거나 약 처방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진료실은 열어 두기로 했다. 강 위원장은 “전문가 집단을 무시하는 상황을 견딜 수 없고 교수들이 몸을 갈아 넣어 유지해 온 의료환경을 더 견딜 수 없다는 의미”라고 토로했다.
비대위는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 상설 의정협의체 설립, 내년 의대정원 재조정 및 2026년 정원 재논의 등 기존 요구사항을 반복했다. 방재승 비대위 투쟁위원장은 “하는 데까지 했는데 정부가 끝까지 안 들어주면, 전공의와 의대생이 복귀하지 않으면 서울의대 교수로서 할 수 있는 거 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시점이 바로 휴진을 철회하고 항복 선언을 해야 할 때다. ‘할 만큼 했다,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으니, 정부가 책임지라’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겠다”고 덧붙였다.
방 투쟁위원장은 “의사가 왜 이렇게 투사가 돼 온 국민한테 욕 얻어먹으며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의대생과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으면 의료붕괴는 시작된다.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가시적인 변화를 보여준다면 정부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고 휴진 철회 준비도 돼 있다” 고 언급했다.
비대위원인 곽재건 서울의대 소아흉부외과 교수는 ‘환자에게 드리는 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우리 의료체계, 의대교육이 3개월 만에 엉망진창이 됐다. 말도 안 되는 휴진으로 귀 꽉 막고 있는 정부에 얘기 좀 하겠다. 조금만 참아달라. 오래 못 한다”고 말하는 도중 울먹이기도 했다. 곽 교수는 “휴진이라고 하지만, 이상하고 걱정되는 게 있다면 언제라도 오라. 다른 병원 중환자도 다 받고 급한 수술도 하겠다”며 “실수는 있을 수 있겠지만 평범한 의사가 무슨 힘이 있겠나.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 있어야 하는 마음에 이렇게 나와 떠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 김민호 서울의대 학생회장 등 전공의와 의대생도 상당수 집회에 참석했다. 박 대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왜곡되지 않은, 기울어지지 않은 의료 현장에서 일하며 국민에게 더 나은 의료 혜택을 드리는 것인데 열악한 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떠난 의사들의 행동이 개인적 일탈로만 취급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에 “상황과 문제에 대한 인식, 장기적인 해결 계획과 면밀한 수준의 논의, 그에 대한 설명과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김민호 학생회장은 “의대 교육 선진화는 복귀를 위한 해결책이 아니다. 정원이 확대되면 교육의 질은 저하된다”며 “1년 동안 (교육)하기 벅찬 양을 단숨에 밀어 넣는 것이 정부가 생각하는 의학 교육의 선진화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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