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자기기 제조사 TDK가 전고체 배터리용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세라믹 소재를 사용할 경우 배터리가 훨씬 더 많은 전하를 저장할 수 있어 스마트워치나 무선 헤드폰 등 다양한 소형 소비자 가전제품의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애플의 공급업체이기도 한 TDK는 새로운 배터리 시제품을 내년 애플을 비롯한 고객사를 통해 출시할 방침이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이토 노보루 TDK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새로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용 소재가 사회의 에너지 전환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조기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TDK가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신소재는 에너지 밀도가 1리터 당 1000와트시(Wh)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TDK가 양산 중인 배터리보다 약 100배 높다. TDK 측은 전하를 저장하는 배터리 용량이 높기에 장치 크기를 줄이고 작동 시간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산화물 기반의 새로운 배터리는 안전성과 안정성 면에서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다만 FT는 해당 신소재를 활용해 대형 배터리까지 제조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TDK의 신소재는 세라믹 소재로 깨지기 쉬워 자동차나 스마트폰용 배터리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이 배터리 기술이 시계 및 기타 소형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동전 모양 배터리를 대체하는 등 작은 크기의 셀에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고체 배터리가 주행 거리를 늘릴 수 있는 전기차에 활용될 수 있을 때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내다보고 있다. FT는 현재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기술은 일본 기업들이 속도를 내고 있으며 도요타가 2027년, 닛산이 내후년, 혼다가 10년 후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편 TDK는 스마트폰에 전력을 공급하는 소용량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50~60% 점유하고 있으며, 드론과 같은 대형 전자기기를 포함한 중용량 시장에서도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인 기업이다. TDK는 내년부터 새로운 배터리의 시제품 샘플을 고객들에게 배송할 계획이며 이후 대량 생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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