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예고한 18일 집단휴진과 여의도공원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앞두고 동네 의원부터 대학병원에 이르기까지 전운이 감돌았다. 정부는 의협에 임현택 회장 등 집행부를 대상으로 집단행동 금지 명령을 내리며 강공으로 맞섰다.
이른바 서울 시내 ‘빅5’ 등 주요 상급종합병원은 교수들의 대규모 휴진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하며 정상 진료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현장에서는 의료공백이 벌어질 수 있다는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개원의들의 휴진 참여율에 대해서는 정부가 미미할 것으로 보는 반면 의협은 '압도적인 지지'를 언급하는 등 전망이 엇갈린다.
17일 의료계 안팎 설명을 종합하면 ‘빅5’ 등 주요 상급종합병원에 소속된 일부 교수들은 18일 집단휴진에 ‘의협 회원’ 자격으로 개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각 병원은 실질적으로 휴진하고 진료를 중단하는 교수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오는 18일 예약된 외래진료 환자가 약 1만2000명으로 평시와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병원의 하루 외래환자는 전공의 집단행동 이전 1만4000명에서 현재 1만1000~1만2000명 선으로 소폭 줄었으며 18일에도 큰 변화가 없을 거라는 얘기다. 서울성모병원은 윤승규 병원장이 지난주 진료과장 등에게 문자와 이메일을 보내 병원이 오는 18일에 공식적으로 휴진하는 일은 없다고 공지했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일부 교수들이 하루 연차를 쓰면서 의협의 전면 휴진에 동참할 수는 있겠으나, 소수인 것으로 안다”며 “병원은 정상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수도권 대학병원들도 교수들이 대규모로 휴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개별적으로 휴진하더라도 중증·응급 환자 등에 대한 진료는 유지해 환자 불편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공식 홈페이지에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정상 진료합니다‘라는 이미지를 내걸며 환자 불안을 잠재우고 있다. 지역 대학병원의 경우에도 참여율은 높지 않은 분위기로 전해진다.
개원가 휴진율은 지역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의사들은 사전에 신고하지 않고 휴진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여, 실제 휴진 참여율은 당일이 돼야 알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개원가의 휴진 신고를 접수한 결과 18일 진료를 쉬겠다고 한 곳은 총 3만6371개 의료기관 중 4.02%에 그쳤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등 수도권은 1~2% 수준인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10%를 넘긴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는 지역 전체 의료기관 1천53곳 중 11.78%가 진료를 쉬겠다고 신고서를 제출했고, 전남은 966곳 중 14.18%가 휴진 신고를 했다.
의협은 휴진을 하루 앞두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한편 국민들을 상대로 의료정상화를 위한 투쟁을 응원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의협은 “이번 휴진은 의사들의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으로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붕괴하는 걸 막기 위한 의료계의 몸부림”이라며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밝혔다.
다만 여론은 좋지 못한데, 이미 무기한 휴진이 시작된 서울대병원 교수들을 향한 환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오는 18일 휴진하는 동네 병원의 정보를 공유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정부는 강공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임 회장 등 집행부 17명에게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리고 공문을 우편으로 발송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명령문에 집단행동을 하지 말아주시고, 집단행동 교사 역시 삼가달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불법적인 진료 거부와 휴진은 의료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사실도 명령문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해 환자 진료에 지장을 초래하면 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 복지부는 이 규정을 근거로 이미 예약된 환자에게 동의와 구체적 치료계획 변경 없이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하는 게 의료법상 금지된 진료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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