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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급여 250만원·특공1+1'…"돈 준다고 애 낳나”[송종호의 쏙쏙통계]

<20>저출산고령사회위…본회의 '저출생 대책'

300개 백화점식 나열에서 60개 '선택과 집중'

일·가정 양립 방점…특공도 출생가구 '원플러스'

노동시장·사교육비 등 구조적 요인은 손 못 대

조앤 윌리엄스 “필요한 것은 일하는 방식 혁명"

초저출생 벗어나기 위해 "경쟁"해소 한 목소리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교육방송(EBS)에 출연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보고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며 머리를 부여잡고 있다. /교육방송 캡처




정부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출산율을 잡겠다며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사라진 출산율 목표도 다시 내놓고 2030년까지 출산율 1.0명 달성을 자신했습니다. 이미 0.72명으로 하락한 합계출산율을 끌어올리는데 단기 육아휴직, 결혼 특별세액공제 도입 등을 핵심 지원책으로 내놨습니다. 남성 출산휴가 기간도 확대하고,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단축 급여 상한을 늘리고 유치원·어린이집의 돌봄 시간을 연장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습니다.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내놓은 저출생 대책들입니다. 식상하셨나요. 신선하셨나요. 정부는 지난 16년 동안 280조 원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세계 최저 수준의 초저출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자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전환해 대책을 세웠습니다. 한마디로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인구전략기획부를 만들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늘 백화점식으로 나열됐던 300개가 넘는 출산 정책을 ‘일·가정 양립, 교육·돌봄’ 등 3개 분야 60여 개로 대폭 줄였다는 점도 기존의 방식과는 달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 앞서 센터 내 직장 어린이집을 찾아 원아들의 종이인형 만들기 프로그램을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가정 양립과 양육…아이 낳으려는 사람 부담 줄이기


정부는 일·가정 양립과 양육 등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굵직한 정책들만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일·가정 양립을 위해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어린이집이 휴원할 때 활용할 수 있는 2주 짜리(1년 기준) ‘단기 육아휴직’이 새로 도입됩니다. 육아휴직 급여는 현재 월 150만 원에서 최대 250만 원까지 대폭 인상합니다.

양육 부문에서는 유치원·어린이집을 기본 운영시간 8시간에 더해 돌봄 4시간(아침 2시간+저녁 2시간)을 더 이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시간제 보육기관은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린다. 아이돌봄서비스 수요 증가를 고려해 2027년까지 30만 가구를 목표로 공급을 늘릴 예정입니다.

교육방송(EBS)은 20일 창사특집으로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와 대화라는 주제로 초저출생 문제를 다뤘다. /교육방송 캡처


출산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주택물량은 당초 연간 7만호에서 12만호 이상으로 공급을 확대합니다. 2025년 이후 출산한 가구에 대해서는 신생아 특례 구입·전세자금 대출 소득 요건을 3년간 한시적으로 2억 원에서 2억 5000만 원으로 완화합니다. 사실상 소득 기준을 폐지하는 것입니다. 생애 단 한 차례만 가능했던 특별공급 청약도 출생 가구는 한 번 더 할 수 있게 됩니다. 정부는 아이를 낳은 가구에 기존 특별공급 당첨 이력을 지우고, 추가 청약 기회를 다시 주기로 했습니다. 결혼 특별세액공제를 새로 도입하고, 자녀세액공제는 10만 원씩 늘려갈 계획입니다. 결혼부터 출산, 양육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의 ‘걸림돌’을 없애겠다는 것입니다.

‘돈 줄테니 애 낳아라’…구조 개혁 없이 복지에 기운 정책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R&D글로벌센터 아산홀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택과 집중으로 아이 낳는데 부담을 줄여준다는 정책들이니 반갑기는 한데 이런 지원들이 출생률을 높일 수 있을까. 그동안에도 초저출생을 해소하는데 좋은 거라면 다 들고 나왔지만 매년 출생아 수는 감소하고 있으니 반신반의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구조 개혁보다는 복지 차원이라는 한계도 불안감을 키웁니다. 1억 원씩을 준다해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게 요즘 청년세대의 인식인데, 돈 줄테니 애낳아라는 식의 시혜적 정책은 아닐까도 싶습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역시 “구조적인 대응책이 빠져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환경을 바꾸기 보다는 출생률에만 타켓을 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고위는 저출생의 구조적 요인으로 좋은 일자리 부족, 노동시장 이중구조, 수도권 쏠림, 사교육비 부담 등을 언급하면서도 구체 대안 없이 “지속적으로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인구 비상사태를 선언했지만 핵심 정책인 외국인·이민 정책은 검토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인구전략기획부에 저출생 예산 사전심의권을 주기로 돼 있는데, 심의 결과를 기획재정부가 그대로 수용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일본처럼 3자녀 이상 가구의 모든 자녀 대학등록금 면제 등의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대책도 없었습니다.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청년들이 이번 대책을 보고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요.

조앤 윌리엄스 “한강의 기적 만든 고강도 노동이 이제 한국을 약화시켜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가 20일 교육방송(EBS)에 출연해 “초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의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교육방송 캡처


저고위 발표 다음날 교육방송(EBS)은 창사특집으로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와 함께 한국의 워킹맘과 청년, 육아휴직을 두번이나 한 남성 등과 저출생 문제를 논의하는 기획을 방영했습니다.

윌리엄스 교수는 지난해 7월 같은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 K-인구대기획 초저출생’에 출연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설명을 듣고 “와,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며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는 반응을 보여 화제를 모았던 인물입니다. 당시 2022년 기준 0.78명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다시 0.72명으로 하락했습니다.

윌리엄스 교수는 방송에서 “필요한 것은 일하는 방식의 혁명”이라고 꼽았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야망 있게 일하면서 아이를 책임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한국처럼 장시간 일하는 환경에서 자녀가 없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고강도 노동이 이제는 한국 사회를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저고위 대책이도 윌리엄스 교수의 지적대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주기 위한 정부 나름의 고민이 담겼을 것입니다. 다만 방송 말미에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적한 “경쟁”이라는 단어는 귓가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이철희 서울대 교수가 20일 교육방송(EBS)에 출연해 ‘초저출생 사회를 벗어나기 위해 대한민국이 버려야할 한가지’라는 질문에 “경쟁”이라고 말하고 있다. /교육방송 캡처


신성호 서울대 교수가 20일 교육방송(EBS)에 출연해 ‘초저출생 사회를 벗어나기 위해 대한민국이 버려야할 한가지’라는 질문에 “과도한 경쟁”이라고 말하고 있다. /교육방송 캡처


이관후 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이 20일 교육방송(EBS)에 출연해 ‘초저출생 사회를 벗어나기 위해 대한민국이 버려야할 한가지’라는 질문에 “승자독시에 경쟁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교육방송 캡처


정병수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아동권리본부장이 20일 교육방송(EBS)에 출연해 ‘초저출생 사회를 벗어나기 위해 대한민국이 버려야할 한가지’라는 질문에 “과도한 경쟁이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교육방송 캡처


‘초저출생 사회를 벗어나기 위해 대한민국이 버려야할 한가지’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이 경쟁이라고 답했습니다. 구조개혁은 곧 경쟁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경쟁 없는 사회가 가능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대입 시험과 내신 시험 모두 상대평가를 실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대치동 학원가를 전전하는 아이들을 보는 청년들은 ‘대치동에도 보내지 못할 바엔 낳지 말자’ ‘저런 무한 경쟁이라면 낳지 말자’ 라며 ‘낳지 않을 결심’을 굳히고 있습니다.

※‘쏙쏙통계’는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의 ‘속’ 사정과 숫자 너머의 이야기를 ‘쏙쏙’ 알기 쉽게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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