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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이어 '빅5' 휴진도 철회될까… 교수들 "전략적 실패"

거센 비판 여론에 서울의대 교수들 '백기'

가톨릭대·성대 교수 결정에도 영향 줄 듯

"무기한 파업 비현실적… 출구전략 필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휴진관련 투표 결과가 발표된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사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국민 비판 여론에 결국 무기한 집단 휴진을 철회했다. 교수들은 이달 17일부터 5일 동안 이어졌던 전면 휴진을 종료하고 다음 주부터 진료 현장으로 복귀하게 됐다. 이에 다른 ‘빅5’ 대학병원 교수들과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움직여온 개원의, 일부 병원 의사들의 집단행동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0~21일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시보라매병원·서울대병원강남센터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 948명 중 698명(73.6%)이 “휴진을 중단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저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21일 밝혔다. 휴진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은 192명(20.3%)에 불과했다.

구체적인 활동 방식에 대해 75.4%는 ‘정책 수립 과정 감시와 비판,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55.4%는 범의료계 연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65.6%의 교수들이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적정 수준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봤다.

비대위는 이달 6일 정부에 전공의 행정처분 취소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을 결의했고 17일부터 응급·중증·희귀질환 등을 제외한 외래 진료와 정규 수술 및 시술을 중단했다. 휴진에는 네 곳 병원의 진료 교수 중 54.8%가 참여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전면 휴진 기간에도 미룰 수 없는 중증·난치·응급 환자에 대한 진료는 유지해왔으나 서울대병원 특성상 현 상황이 장기화됐을 때 진료 유지 중인 중증 환자에게도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면서 “전면 휴진을 중단하는 것은 당장 지금 발생할 수 있는 환자 피해를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이지 무능한 불통 정부의 설익은 정책을 받아들여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거센 비판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다음달 4일 의료계 집단 휴진 철회를 요구하는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최근 여론이 극도로 악화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무기한 휴진 중단을 결정해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환영한다”며 “휴진을 예고한 다른 병원들도 집단 휴진 결정을 철회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환자들 역시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결정을 환영했다. 검사차 서울대병원을 방문한 60대 정 모 씨는 “3일 전에 받아야 하는 검사가 (집단 휴진으로) 취소돼 오늘 왔다”며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고 반겼다. 최경희(77) 씨는 “얼마 전 허리 때문에 진료 문의를 하니까 병원에서 안 된다고 해서 불안한 마음이 컸다”며 “요즘은 명절에 병원 오는 것처럼 사람이 없고 분위기가 어수선했는데 이런 결정이 나와서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암 수술 이후 부산에서 올라와 검사를 받는 허 모(43) 씨는 “4월쯤 방사선 치료 후 방사선 폐렴 검사를 받기 직전에 담당 의사가 사직해 검사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서울대병원이 이런 결정을 내렸으면 다른 병원들도 따라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실제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결정은 빅5 상급병원으로 번지던 집단 휴진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성모병원 교수 등이 포함된 가톨릭의과대학 교수들은 전날 무기한 휴진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주말까지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성균관대 의과대학 비대위도 삼성서울병원 등 3개 병원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휴진 등 향후 행동과 관련된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세브란스병원과 다음 달 4일부터 1주일간 휴진에 들어가는 서울아산병원이 휴진 방침을 철회할지도 관심이다.

무기한 휴진을 논의 중인 빅5 병원의 한 교수는 “휴진보다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투쟁 방향에 대한 고민이 깊다”며 “의료계 내부에서도 휴진은 설득력이 없어 전략적 실패였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휴진에 참여하지 않았던 한 서울의대 교수는 “70% 넘는 교수가 파업 연장을 반대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현 정부 정책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기한 파업이라는 발상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고 새로운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는 대정부 투쟁이 멈춘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원장은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정부에 더 적극적인 사태 해결 노력을 요구한다”며 “저항을 계속할 것이고 정부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국민 건강권에 미치는 위협이 커진다면 다시 적극적인 행동을 결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책 수립 과정을 감시하고 비판과 대안의 목소리를 낼 것이며 이를 위해 의료계 전체와도 연대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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