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중형을 선고받은 변호사가 자녀들을 학대한 혐의로도 고발됐다.
27일 YTN에 따르면 고발장에는 엄마한테 욕설 등 모욕적인 말을 하라고 자녀들에게 녹음시키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50대 미국 변호사 현 모 씨는 지난해 12월 3일 오후 7시 50분쯤 서울 종로구 사직동 아파트에서 아내 A 씨의 머리 등을 여러 차례 둔기로 내려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1심서 25년형을 선고 받았다.
현 씨의 엽기적인 행각은 이전부터 자행됐다. 그는 딸에게 어머니를 향해 영어로 된 욕설을 하게 했고, 아들에게는 어머니가 밖에서 나쁜 짓을 한다는 모욕적인 말을 녹음시켰다. 아들이 말리는데도 아내를 살해해 그 모습을 보게 하면서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는 내용 역시 고발장에 담겼다.
아내에 대한 학대도 10년 전부터 이어졌다. 현 씨는 아내에게 “너 같은 여자는 서울역 가면 널려 있다” 등의 비하 발언을 일삼았다. 또한 2018년 아내와 협의 없이 아들·딸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이주했다. 이때부터 수 년 간 떨어져 살게 되자 현 씨는 아내의 외도를 의심했다. 2019년 "불륜 들켰을 때 감추는 대처법을 읽었는데 너의 대응이 흡사하다"며 "성병 검사 결과를 보내라"고 요구했다. 영상통화로 현관에 있는 신발을 보여 달라고 하거나 3개월간의 통화 내역을 보며 '누구와 왜 통화했는지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등 의처증 증상을 보였다. 현씨는 아내 직장으로 수차례 전화해 행적을 수소문하고 험담을 이어갔다. 지난해 초 가족 모두 뉴질랜드로 여행을 갔는데 초행지에 아내만 남겨둔 채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가 하면 추석에는 아내와 상의 없이 자녀만 데리고 홍콩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고 관련 증거에 의할 때 피고인은 피해자를 둔기로 구타하고 목을 졸라 살해했음이 모두 인정된다"며 "주먹으로 구타하다 피고인이 쉬는 부분도 있다. 이런 형태를 봤을 때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범행 수법이 너무나 잔혹하다"며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데 사람을 죽을 때까지 때린다는 것을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다"며 "범행 수법의 잔혹함을 넘어서 피해자가 낳은 아들이 지근거리에 있는 데서 엄마가 죽어가는 소리를 들리게 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했다"고 꾸짖었다. 이어 "범행 후 피고인은 아들에게 얘기하는데 달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었다는 자기변명을 하고 상당 기간 방치했다"며 "다른 곳에 살고 있던 딸을 살인 현장으로 데려왔다. 이해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현 씨가 범행 직후 119가 아닌 5선 국회의원을 지낸 것으로 알려진 아버지에게 먼저 연락한 것에 대해선 "피해자가 살아날 수 있었던 일말의 가능성까지 막았다"고 지적했다.
현 씨는 지난달 징역 25년을 선고받고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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