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블랙핑크, 뉴진스, 세븐틴, 갓세븐, NCT, 에스파 K팝 좋아해서 한국 왔는데 음식이랑 술이 너무 맛있고 매력적이에요. 그리고 너무 술이 친절한 것 같아요. 자꾸 자꾸 마시게 하거든요. K-알코홀릭될 거 같아요.(웃음)”
최근 종로구 북촌로에 위치한 전통주갤러리(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전통주를 홍보하기 위해 운영)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 전통주를 시음한 후 전한 소감이다. 일본, 미국, 대만 등 국적은 다양했지만 하나같이 보인 반응은 한국의 전통주의 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다양하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반응이다.
이날 이들은 ‘6월의 시음주’인 충청도의 전통주 △우렁이쌀손막걸리 DRY △술공방 9.0 생막걸리 △청양 둔송구기주 △컨츄리 캠벨스위트 △추사백 등 5종류다. 전통주갤러리는 지난 4월 경상도를 시작으로 5월 전라도 6월 충청도 전통주 무료 시음회를 진행하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루에 2회를 영어로 진행한다. 또 전통주 빚기 체험 무료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어떻게 전통주를 알고 시음회를 비롯해 전통주 빚기 수업을 신청했을까?
이들은 인스타그램(seoul-hallyu)을 통해 시음회를 접하고 시음을 한 후 한국의 전통주에 빠져 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전에는 소주와 막걸리만 한국 술인 줄 알았다는 것.
일본에서 온 관광객은 6월의 시음주를 모두 마신 후 “일본의 사케보다 훌륭한 것 같다”며 “전통주를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사케보다 강하지 않지만 맛있다”고 전했다. 한국인 여자친구(채지연)와 졸업 여행을 온 아시아계 미국인 20대 남성 제레미 림씨는 컨츄리 캠벨스위트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캠벨스위트’를 ‘크랜베리’로 잘못 알아 듣고 차주용 전통주갤러리 소물리에에게 질문을 해 시음회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외국인들에게 반응이 가장 좋은 전통주는 무엇일까?
차주용 소물리에는 “국적에 따라 다르고 취향이 달라 가장 인기가 좋은 전통주를 꼽기는 어렵다”며 “이날 가장 반응이 좋았던 전통주는 세 번째로 선보인 둔송구기주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이는 매일 다르고 그냥 반응이 다들 좋다”며 “그동안 맛보지 못한 술이라서 신기해 하고 흥미로워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음회뿐만 아니라 전통주 빚기도 외국인들 아시에서는 입소문이 났다. 수업 진행 때마다 거의 강의 정원이 꽉 찬다는 게 전통주갤러리 측의 설명이다. 서울시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전통주 빚기 수업에 참석한 이들은 이미 소주, 막걸리 등 한국 술을 경험해 본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수업은 남선희 전통주갤러리 관장이 직접 수업을 진행한다.
남선희 관장이 전통주에 대해 설명하고 수업에 빚을 전통주에 대해서 설명하자, 여기 저기에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녹화를 하고 질문이 나왔다. 하피스트이자 한국에서 한달 살기를 하고 있는 미셸 패리스(Michelle Paris)는 가장 적극적인 수강생으로 눈길을 끌었다. 플라스틱통에 전통주를 담을 경우 항아리에 보관할 때랑 맛이 달라지지 않는지 등 질문을 하고 빼곡하게 필기를 하고 자신이 술을 빚는 모습을 영상에 담기도 했다.
전통주갤러리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연히 들르는 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국 여행을 온 미국인 네 모녀는 종로 걷다가 구글 검색을 해 전통주갤러리를 방문했다고 했다. 이들은 갤러리를 둘러 본 후 술을 구입하기도 했다. 소주 정도만 역시 알았다는 나탈리 토마스(Natalie Thomas)는 “한국 술이 이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다”며 “다 맛 보고 싶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K팝을 좋아하고 여동생의 대학 룸메이트가 한국인이라서 한국 대중 문화에 대해서 한국 음식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다”며 웃어 보였다. 전통주 시음회가 있다는 것을 아냐고 묻자 “몰랐다”며 “알았으면 신청해도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통주를 홍보하기 위해 설립된 전통주갤러리이지만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전통주이기는 하지만 주류이기 때문에 홍보에 어느 정도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통주갤러리는 각 대사관에 우리 전통주를 선물해 우리 술을 알리는가 하면 이처럼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 전통주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남선희 관장은 “우리 전통주를 단순히 술이 아닌 문화, 음식 문화의 하나로 생각해주셨으면 한다”며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반주를 즐겼다. 이때 반주는 계절 재료로 만들어 음식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쑥이 나오는 계절엔 쑥, 살구가 나오는 계절에는 살구 등등 정말 다양하게 우리 전통주를 빚을 수 있다”며 “전통이자 문화인 전통주가 잊히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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