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사 탄핵소추안을 두고 이원석 검찰총장과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5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총장이 탄핵안의 위법성을 따져보겠다고 나서자 정 위원장은 법사위에서 탄핵 조사를 예정대로 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거대 야당에 맞서 위법성을 따지겠다고 먼저 나선 것은 검찰 수장이었다. 이 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법률가로서 민주당의 탄핵소추는 입법권을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권리를 방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허위 적시 명예훼손, 무고 등 위법성에 대한 법률 검토를 시사했다. 그는 “면책특권의 범위에서 벗어난 게 있다면 위법한 부분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이에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사 탄핵을 두고 이 총장과 검사들이 공개 반발하고 마치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처럼 격앙돼 반발하고 있는데 진정들 하라”면서 "국회도 국회법대로, 법과 원칙대로 하겠다. 곧 검사 탄핵에 대한 조사를 국회법에 의거해 절차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응수했다.
앞서 민주당은 2일 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본회의 표결을 통해 법사위에 회부했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검사들을 국회로 소환해 탄핵의 적절성을 따져볼 방침이다. 이 총장도 2일 기자회견을 열어 “피고인인 이재명 대표가 재판장을 맡고 민주당이 사법부의 역할을 빼앗아 재판을 직접 다시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 총장이 잇따라 공개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자 정치적 행위라고 꼬집었다. 박찬대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정치적 발언과 행위를 삼가야 할 검찰이 아예 대놓고 정치하기로 한 것인가”라며 날을 세웠다. 이 총장은 이날 이와 관련해 “검찰은 국민의 혈세로 일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인데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다”며 “침묵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 오히려 민주주의 사회이자 법치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힘을 빼는 법안도 발의했다. 검찰 출신인 이성윤 의원은 이날 △공수처 검사 25→50명 증원 △수사관 40→70명 증원 △공수처 수사·기소권 확대 등이 담긴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민형배 의원도 차관급인 공수처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공수처 검사·수사관을 증원하는 입법 청원을 제기했다.
이 총장은 민주당을 상대로 진행 중인 수사와 재판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원칙대로 기존 수사와 재판을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행하겠다” 며 “죄 지은 사람에게는 반드시 처벌이 뒤따른다. 필벌이라는 원칙을 지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이에 검사 탄핵 조사를 강도 높게 실시할 뜻을 피력했다. 그는 “(탄핵 조사에서) 증인 채택을 할 수도 있고, 증인 출석을 거부하면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할 수 있고, 증인 불출석에 대해 처벌할 수도 있고, 청문회를 개최해 허위 증언을 하면 이 또한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청원이 100만 명을 훌쩍 넘자 다음 달 법사위 청문회 추진도 공식화했다. 법사위 소속 김용민 의원은 “소위원회를 거쳐 전체회의에서 종합적 청문회를 하려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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