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가 민주당 하원 지도부로 확산하고 있다. 이미 5명의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데 이어 간부 회의에서도 상당수가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적극적인 유세를 통해 고령 논란을 돌파하려 애쓰고 있지만 후보 교체를 요구하는 당 안팎의 목소리가 커지며 입지가 좁아지는 양상이다.
7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진행된 민주당 하원 화상 간부회의에서 제리 내들러, 애덤 스미스, 마크 타카노, 조 모렐, 짐 하임스, 수전 와일드 의원 등 6명이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를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의원은 하원 법제사법위원회·군사위원회·행정위원회 등에서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 밖에도 조 로프그린, 돈 바이어, 릭 라슨 의원 등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유지보다 사퇴를 주장한 의원들이 더 많았다는 것이 CNN이 전한 당내 분위기다. 이날 회의에는 하원 민주당 상임위원회 간사단 24명과 지도부 3명이 참석했는데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의견을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된 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로 남을 경우 민주당이 다시 하원 다수당이 되기 어렵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날 경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를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기류 속에서 9일 열릴 하원 민주당 전체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요구가 당론으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한 의원은 “9일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날”이라며 “댐이 무너지는 날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민주당의 마크 워너 상원의원도 9일 일부 상원의원들과 바이든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당 전략가들 사이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거 참모였던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이날 CNN에 출연해 “인생에는 불변의 사실이 있고 그것이 TV 토론 무대에서 명백하게 드러났는데 바이든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그는 이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사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더욱 공세적인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의 고향이자 민주당 텃밭인 펜실베이니아 흑인 유권자들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으며 9∼11일에는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주재하며 자유 진영의 리더로서 건재함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이어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15~18일에는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와 네바다 등에서 맞불 유세를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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