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TV 토론 이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친정인 민주당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대선 완주 의지를 분명히 하며 단결을 촉구했다. 독립기념일 휴회를 마치고 상·하원 의원들이 워싱턴 DC로 복귀하는 이날 자신에 대한 사퇴 여론이 더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에게 반기를 든 민주당 의원들을 향한 바이든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인 동시에 대선 주자로 남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한 2장 분량의 서한에서 “언론 등에서의 각종 추측에도 불구하고 저는 확고히 이번 대선 레이스에 남을 것이고, 끝까지 대선을 치러 도널드 트럼프를 이기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이번 대선에 뭐가 걸렸는지에 대한 선의의 공포와 걱정, 사람들이 가진 우려를 들었다”면서 “내가 그 우려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어떻게 전진할 것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난 일주일간 많이 있었다”면서 “이제는 그만해야 할 때다”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목표는 ‘트럼프’이고 필요한 것은 ‘단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42일, 대선까지는 119일이 남았다”면서 “향후 임무에 대한 결의 약화나 명확성 부족은 오직 트럼프에게만 도움이 되고 우리에게는 상처를 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힘을 모아 단결된 당으로 전진하고 도널드 트럼프를 패배시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서한이 공개된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MSNBC의 ‘모닝 조’와 깜짝 전화 인터뷰를 갖고 "결론은 제가 어디에도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대선 완주 의지를 재확인했다. 아울러 자신에 대한 사퇴론을 주장하는 세력이 민주당 엘리트 계층이라면서 이들을 향해 “대선 출마를 선언하라, 전당 대회에서 나에게 도전하라"는 공격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9일 민주당 의원 총회 등을 앞두고 자신에 대한 불출마 요구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5명의 하원의원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한 데 이어 전날 하원 민주당 상임위 간사 회의에서도 최소 4명 이상의 의원들이 후보직 교체를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악몽같은 지난달 TV토론 파장을 진화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약 20여명의 하원 민주당 의원들에게 연락했으며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제임스 클라이번 의원 등 당 지도부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가 내홍에 휩싸인 민주당을 다시 하나로 단결시킬지는 미지수다. 뉴욕타임즈(NYT)는 “바이든은 TV 토론 이후 선거 캠페인에 등장했을 때나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던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바이든의 서한이 민주당의 우려를 무디게 할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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