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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비 판단부터 달랐다…‘이유 있던’ 노사 최저임금 요구안 차이

노사, 내년 최저임금 요구안 분석 보니

경 “비혼단신 생계비”… 노 “가구 포함”

유사근로자 기준서도 경활조사 인식차

해외 대비 최임 적정 판단엔 다른 통계

文 정부 때 최임 두고 소득분배도 ‘찬반’

정책 필요성엔 공감…노, 지원폭 더 강조

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요구안 보고서 일부




올해도 노사가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통해 현격한 임금 수준 차이 인식을 드러냈다. 노사 모두 고물가로 인한 충격을 고려해 임금 수준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은 같다. 하지만 노사는 매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4개 기준인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에 대한 해석이 달랐다. 최저임금의 역할에 대한 인식 차이도 뚜렷하다.

10일 노동계와 경영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는 근로자위원(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사용자위원(한국경영자총협회)은 차례로 최저임금위에 제출한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 근거자료를 공개했다. 전일 노사는 각각 올해 보다 27.8% 인상안, 올해와 같은 동결안을 냈다. 1차 수정안에서 노사는 각각 13.6% 인상안, 0.1% 인상안으로 차이를 좁혔다.

양측의 보고서에서 드러난 노사 쟁점은 생계비였다. 최저임금위원회 심의를 위해 제출된 작년 비혼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는 월 246만 원이다. 올해 월 최저임금 206만 원 보다 약 40만 원 높다.

노동계는 비혼단신 생계비가 부양가족 가구, 물가 인상 등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취임위에 보고된 비혼 단신 생계비는 246만 원이지만, 전체 가구를 반영한 평균치는 월 375만 원이다. 노동계는 가구 규모를 반영해 생계비로만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1만2654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비혼단신 생계비 기준도 그대로 쓰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월 246만 원은 월 700만~800만 원 고소득층 생계비가 포함돼 일종의 착시 현상이 있다는 설명한다. 저임금 근로자로만 보면 월 172만~197만원으로 생계비를 판단하는 게 맞다는 얘기다. 경영계 측은 "작년 월 최저임금은 201만 원으로 최저임금제도의 정책대상 근로자 생계비를 이미 넘어섰다"고 밝혔다.

경영계 내년 최저임금 요구안 보고서 일부


유사근로자 임금을 두고서도 노사가 평행선을 달렸다. 경영계는 유사근로자 임금 기준을 최저임금이 중위임금 대비 60%를 넘어선 상황에 주목했다.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기준으로 작년 전체 근로자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은 65.8%다. 반면 노동계는 경제활동인구조사뿐만 아니라 사업체노동력조사,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등 각 기관의 임금 자료를 종합 분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유사근로자 임금을 분석할 때 활용하는 경활인구 조사를 두고 노사가 팽팽했다. 경활부가조사로 보면 작년 최저임금을 못 받은 근로자를 뜻하는 미만율은 13.7%다. 하지만 고용형태별 조사로 보면 미만율은 4.2%다. 노동계 측은 "경활인구 통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간제와 전일제 노동자 구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 내내 일하지 않는 근로자를 한 달 일한 것처럼 임금 계산을 하면 왜곡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어느 수준인지를 두고도 늘 노사는 대립한다. 경영계는 이번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2022년 기준 주요 7개국 최저임금 수준을 비교했다. 세후 최저임금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2만5305달러로 영국(2만5527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노동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발표한 2022년 기준 시간당 최저임금 비교를 꺼냈다. 최저임금을 시행하는 28개국 가운데 한국은 7.1달러로 평균치인 7.4달러 보다 0.3달러 높았다. 전체 순위는 15위다.

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요구안 보고서 일부


노동생산성이 통계 상 낮다는 점은 노사 모두 인식 방향이 같다. 다만 이를 해석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지점이 달랐다. 경영계 분석 결과 2018년부터 작년까지 5년 간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3%로 줄었다. 생산성이 오르지 않았는데 임금을 대폭 올리는 게 맞지 않다는 경영계 논거를 뒷받침하는 결과다. 하지만 노동계는 노동생산성이 해외에 비해 낮은 이유는 자영업자와 임시직 근로 비율이 높고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구조에 따른 결과란 입장이다. 단순 노동생산성 저하가 최저임금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소득분배는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했을 때 소득불평등을 낮추는 효과가 있느냐를 두고 노사가 맞선다. 노사 모두 문재인 정부를 주목한다. 경영계는 2018~2019년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올라도 소득분배 지표가 개선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반면 노동계는 우리나라의 불평등이 해외에 비해 심하고, 문 정부 당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불평등 축소 효과가 증명됐다고 맞선다.

노사는 최저임금의 역할을 다소 다르게 인식한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정할 때 4가지 법정 기준과 기업의 지불능력을 우선으로 여겼다. 저임금 근로자를 위해 최저임금 이외 근로장려세제, 복지제도 확대 등 다른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는 충격을 정부가 폭넓은 정책 지원으로 상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일자리 안정자금 재도입, 자영업자 카드수수료 인하, 골목상권 보호, 대·중소기업 상생 강화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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