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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다시보기] 용서 없이는 예술도 없다

심상용 서울대학교 미술관장

케테 콜비츠의 ‘부모’, 1932.




케테 콜비츠는 예술계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는 작가였지만 독재자는 그녀를 ‘퇴폐 작가’로 낙인찍었다. 히틀러는 콜비츠 같은 인물이 아카데미의 높은 자리를 꿰차고 있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전시회는 금지됐고 게슈타포의 협박과 심문, 공공연한 가택 수색으로 그녀의 삶은 쑥대밭이 됐다. 하지만 나치가 안겨주고자 했던 모멸감과 증오심은 그녀의 삶과 인격을 파괴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수전 저코비에 의하면 인간은 복수하는 존재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복수심에 불타고 그 감정 상태인 적대감에 사로잡힌다. 이성은 사랑을 정신적 장애이며 비정상적인 열정으로 정의하는 반면 적대감은 ‘폭력에 의해 부서진 존재의 균형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오는 정당한 방어기제’로 규정한다. 니체는 적개심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무능의 증거로 봤다.



여성과 아동의 권리에의 헌신, 정치적 양심, 콜비츠를 묘사하는 용어는 많지만 그 중심은 복수와 증오심을 내려놓고 희생자 모두에 대해 용서하는 것이다. 플랑드르 지역의 딕스마위더 군묘지에서 설치된 조각 ‘부모’에서 케테와 그의 남편 카를은 무릎을 꿇은 채 기도한다. 조국이 저지른 악에 대해 대신 무릎을 꿇고 사죄한다. 전사한 아들의 이름을 애타게 불러본다. “나는 때묻지 않은 마음으로 진정으로 참된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계속할 거다. 내가 그렇게 노력할 때 나의 페터야, 제발 내 곁에 머물러다오. 나에게 모습을 보여다오.”

콜비츠의 예술의 이정표는 약자의 편에 서며 고난에 처한 사람들에 등 돌리지 않는 것이다. 그녀에게 데생은 약자를 끌어안고 매일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을 보듬는 수단이었다. 도도한 모더니즘 미학은 ‘메시지를 전하는 일러스트레이션’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여겨 거부했다. 용서를 거부하는 모든 것을 거부하기, 이것이 그의 예술이 싸워야 했던 이유이자 싸우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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