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파트너인 세미파이브가 미국과 중국에서 삼성의 최첨단 파운드리 라인을 활용할 고객사를 확보했다. 세미파이브는 앞으로 업계에서 주목받을 '칩렛' 생태계를 확장해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5일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는 경기 성남시 세미파이브 사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미국·중국·일본 등 반도체 주요국을 위주로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의 수주 성과를 밝혔다.
세미파이브는 ‘누구나 원하는 칩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 아래 조 대표가 2019년에 창업한 회사다. 이 회사는 삼성 파운드리의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업체이기도 하다. 고객사가 칩 설계 세미파이브에 의뢰하면, 세미파이브가 칩 디자인을 맡고 완성된 설계도를 칩 생산을 하는 삼성 파운드리로 넘긴다. 세미파이브의 칩 설계 수주는 삼성 파운드리의 고객사 증가와도 직결되기도 해서, 양사는 칩 설계와 수주에 관한 협업을 상당히 긴밀하게 진행하고 있다.
조 대표는 세미파이브와 삼성 파운드리의 협력관계, 기술력 등이 무르익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4나노 공정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에서도 다양한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세미파이브도 다양한 노하우를 쌓아서 삼성과 협력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 대표는 신규 칩 디자인 수주와 함께 미래 먹거리로 '칩렛' 사업을 점찍고 관련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칩렛은 다양한 칩을 마치 한개 반도체처럼 연결하기 위해 필요한 다이(die·칩 조각)이다. 최근 AI 시대 도래로 거대한 용량과 다양한 연산을 구사할 수 있는 인공지능 전용 반도체가 필요해지면서, 각종 칩렛을 결합한 제품을 디자인해줄 수 있느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 arm, 한국의 오픈엣지 테크놀로지 등 칩 설계자산(IP) 회사와 협력해 칩렛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세미파이브가 축적한 칩렛 노하우, 글로벌 IP 회사들의 우수한 디자인 도구, 삼성 파운드리의 생산 능력 등이 삼위일체가 돼 '빅테크' 수주에 도전한다는 포부다.
특히 칩렛 분야에서는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엔지니어링 등 칩 설계의 ‘엔드-투-엔드’를 모두 경험해본 점이 세미파이브와 경쟁사 간 차별화 포인트다. 그는 “축적된 설계 노하우를 ‘플랫폼화’해서, 새로운 목적에 맞게 자동으로 맞춤화·검증하는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인 솔루션 회사는 세계적으로 드물다”며 “이 기술로 경쟁사와 동일한 설계 인력이 있더라도 더욱 값싸고 빠르게 고객사 칩을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칩렛 간의 수월한 결합을 돕는 인터페이스와 규격 확보에도 관심이 많다. 조 대표는 "칩과 칩을 연결하는 인터커넥션 기술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접근해 칩렛 표준화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세미파이브의 증시 입성(IPO)에도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회사의 궁극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한 단계”라며 “IPO 자체가 목적이라기 보다 ‘넥스트 스텝’을 밟기 위한 목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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