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편의점을 창업해 운영 중인 김 모씨(57). 쉬울 줄 알았던 편의점 운영은 예상과는 달리 고된 노동의 연속이었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눈코 뜰 새 없었고 입고 시간마다 무거운 짐을 옮기며 재고를 진열하다 보면 몸 여기저기가 아파왔다. 해마다 높아지는 인건비와 물가 탓에 아르바이트 채용도 어려워 10시간 넘게 일하는 날들도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체력의 한계를 느끼던 김씨는 무리한 업무로 인해 고질적인 허리 통증이 심해졌고 복대를 차고 버텨야 하는 지경이 됐다. 하지만 통증이 나아지기는 커녕 점점 심해져 서서 계산을 하는 수준의 간단한 일도 어려워졌다. 정상적인 편의점 운영이 힘들어지자 결국 병원을 찾은 김씨는 허리디스크가 악화됐음을 알게 됐다.
요즘 직장가 근처 편의점은 점심시간만 되면 회사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한 데이터분석 업체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4명 중 1명이 편의점 앱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전인 2020년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높아진 수치다. 고물가 시대에 할인, 적립, 증정 이벤트 등 혜택이 풍성한 편의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편의점 매출도 덩달아 뛰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업계 매출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한 반면 편의점과 기업형 슈퍼마켓의 매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배달 서비스까지 활성화되면서 편의점은 유통업계 매출 신장의 선두주자로 자리잡고 있다.
편의점의 매출 상승이 점주에게 마냥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24시간 운영되는 업종의 특성상 편의점 점주는 체력 소모와 척추·관절의 피로 누적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온종일 앉았다 일어나길 반복하고 무거운 짐을 수시로 옮겨는 과정에서 허리가 손상되기 쉽다. 그 중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는 연령대가 높을수록 각별히 주의해야 할 주요 질환이다. 허리디스크는 척추 뼈 사이 디스크(추간판)가 외부 충격이나 잘못된 자세 습관 등으로 주변 신경을 눌러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는 척추질환이다. 고된 업무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휴식시간 없이 수 시간 일해야 하는 근무환경도 척추의 과긴장과 디스크 손상을 야기한다. 나이가 들수록 디스크의 수분과 척추의 퇴행이 진행돼 허리디스크에 더욱 취약해지는데 만약 과거 허리디스크를 겪었다면 재발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허리디스크 환자 210만여명 중 50~60대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46%를 차지했다.
허리디스크와 일반적인 허리 통증의 가장 큰 차이는 하지방사통의 유무다. 대부분의 허리 통증은 일주일 이내 사라지는 편이지만 허리디스크는 그 이상 증상이 지속되고 재발이 잦다. 또 돌출된 디스크가 주변 신경을 눌러 다리 저림 증상과 허벅지나 종아리에 터질듯한 통증이 느껴지는 하지방사통이 나타난다. 이를 단순한 근육통으로 여겨 치료 시기를 놓치면 디스크의 손상이 악화돼 비수술 치료가 어려운 단계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허리디스크 의심 증상이 있다면 전문적인 진료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권한다.
허리디스크를 치료하는 비수술요법 중 하나는 추나요법과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하는 한의통합치료다. 추나요법은 비정상적으로 틀어진 척추와 골반을 시작으로 주변 근육과 뼈, 인대 등을 교정해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고 신체의 전반적인 균형을 잡아준다. 침치료는 허리 근육의 경직을 풀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통증을 줄이도록 돕는다. 한약재의 유효성분을 경혈을 통해 주입하는 약침치료는 염증을 빠르게 가라앉힘과 동시에 손상된 신경 회복에도 효과를 보인다. 체질과 증상에 맞게 처방되는 한약은 디스크와 척추, 근육 등 근골격계 조직에 영양을 공급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증상의 재발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편의점뿐만 아니라 식당, 카페 등 다양한 업종을 창업해 은퇴 후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도전하는 마음은 아름답지만, 노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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