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대만 TSMC 회장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을 찾아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구매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매를 확정했는지는 불분명한 가운데 장비 도입 시 TSMC의 차세대 1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연구 개발에 투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8일 대만 연합보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웨이저자 TSMC 회장이 올 5월 ASML을 찾아 첨단 EUV 노광장비인 ‘하이(High) 뉴메리컬애퍼처(NA) EUV’ 구매 논의를 마무리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장비는 올해 가을께 대만 북부 신주 TSMC의 12 팹(fab·반도체 생산공장) 연구개발(R&D) 센터에 설치되며 ‘A10 기술’ 연구개발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A10 기술은 차세대 1nm 관련 공정을 의미한다. 웨이 회장이 5월 자사의 심포지엄에 불참하고 ASML과 독일 공업용 레이저 기업 ‘트럼프(TRUMPF)’를 방문한 것은 니콜라 라이빙어 캄뮐러 트럼프 CEO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당시 알려진 바 있다. 당시 웨이저자 회장은 ASML로부터 장비 브리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대만 언론 보도로 구체적인 가격 및 구매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ASML은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해 ‘슈퍼 을(乙)’로도 불린다. 노광 공정은 반도체 전(前) 공정의 하나로 웨이퍼에 미세하고 복잡한 전자 회로를 인쇄하는 과정으로 ASML의 EUV 장비는 빛의 파장이 기존 장비보다 짧아 더 미세하게 회로를 만들 수 있다.
반면, 또 다른 소식통은 5월 방문 때 양사의 가격 협상이 진행됐지만, 실패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R&D 협력 장소를 네덜란드에서 대만 신주의 TSMC로 이전하는 것에서만 일정 수준의 진전을 봤다고 밝혔다.
두 소식통이 전하는 TSMC의 하이 NA EUV 구매 상황이 엇갈리는 가운데 TSMC는 최첨단 공정 확대를 위해 내년 설비투자 규모를 최대 50조원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 단위로,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전력이 줄고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선 양산 기술은 3나노다. TSMC는 내년 2나노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TSMC는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올 2분기 순이익이 2478억4500만 대만달러(약 10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6.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 예상치(2350억 대만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1분기(2254억8500만 대만달러)와 비교해도 9.9% 신장했다. 매출액은 6735억1000만 대만달러(약 28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0.1%, 1분기 대비 13.6% 증가했다. 2분기 3nm 출하량은 전체 웨이퍼 매출의 15%를 차지했고, 5nm는 35%, 7nm는 17%를 차지했다. 7nm 이상의 첨단 기술로 정의되는 고급 사양 제품은 전체 웨이퍼 매출의 67%를 점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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