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4세 어린이를 매트에 거꾸로 넣어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한 30대 태권도 관장이 아이의 “살려 달라”는 외침에도 10분 이상 방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삭제된 태권도장 폐쇄회로(CC)TV 파일 중 범행 당일 영상을 긴급 복구해 혐의를 확인하고 관장을 검찰에 넘겼다.
19일 경기북부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에 따르면 태권도 관장 A씨는 지난 12일 오후 7시15분께 양주시 덕계동 소재 자신의 태권도장에서 아동 B군을 말아놓은 매트에 거꾸로 넣어 숨을 못 쉬게 했다. 뉴스1에 따르면 당시 B군은 "살려주세요"라고 외쳤지만, A씨는 B군을 그대로 10여 분간 방치했다. 이후 B군이 숨을 쉬지 않자, A씨는 같은 건물 내 이비인후과로 아이를 데려갔다. 병원에서 의사가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사이 A씨는 자신의 도장으로 돌아가 범죄 정황이 담긴 CCTV 영상을 삭제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가 B군을 학대해 심정지에 빠뜨린 것으로 보고 그를 긴급체포했다. 당시 A씨는 "장난으로 그랬다. 고의성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CCTV 삭제 이유에 대해선 "무서워서 그랬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현장에 있던 사범의 진술 등을 고려했을 때 A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디지털포렌식한 CCTV 영상에도 A씨가 B군에게 신체적 학대를 가하고, 구조 조치하지 않은 장면이 포착됐다. CCTV에는 B군이 매트에 들어갔다가 의식을 잃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은 추가 피해 아동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압수 수색해 확보한 관원 명단 258명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또 범행 당일 CCTV 영상뿐만 아니라 삭제된 영상을 전부 복구해 여죄를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오전 8시 50분께 검찰에 넘겨지기 전 의정부경찰서 앞에 모습을 드러낸 A씨는 검정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죄송하다”며 흐느꼈다. 취재진의 “학대 혐의는 인정하느냐"는 물음에는 "절대 아니다. 너무 예뻐하는 아이다"라고 답했다. A씨에게 학대당한 B군은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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