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레터에서 시멘트 업종이 왜 탄소다배출 산업인지 파헤쳐봤습니다.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고로 슬래그, 폐기물 재활용 등등도 짚어봤고요. 또 씨아이에코텍의 '쓰레기 탈곡기' 레터 기억하시는 분? 깨끗하게 털어낸 비닐이랑 폐플라스틱을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유연탄으로 쓸 수 있다고 했었죠. 폐비닐·폐플라스틱 등을 유연탄 대신 쓰면 오염물질 발생량이 1/3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공부를 하고 있는 시점에 마침, 그래비티 객원에디터가 오스트리아의 시멘트 공장을 다녀왔습니다. 강원도 시멘트 공장도 다녀왔다니까 한번 비교하면서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역시 앞서가는 오스트리아 시멘트 공장
그래비티 에디터가 찾은 오스트리아 니더외스터라이히주의 '홀심시멘트' 마너스도르프 공장은 2023년 기준 전체 연료의 90%를 폐비닐·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 연료로 대체했습니다. 이 공장에선 매년 130만t의 시멘트를 생산하는데, 순환자원 연료를 쓰는 덕분에 시멘트 1t당 탄소배출량은 495㎏으로 전 세계 시멘트 업계 평균치(611㎏)보다 꽤 적습니다.
물론 연료만 바꾼다고 되는 건 아닙니다. 새로운 연료에 맞는 설비도 필요하니까요. 홀심시멘트는 마너스도르프 공장의 탄소 감축을 위해 약 1925억원을 투자했고, 덕분에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20년 대비 7만t 줄였습니다. 베르톨트 크렌 홀심시멘트 최고경영자(CEO)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에 있는 홀심시멘트 공장 세 곳의 탄소 감축량은 연간 21만t, 자동차 12만 대를 없앤 것과 같은 효과"라고 합니다.
유럽 기업들이 마냥 착해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는 건 아닙니다.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유럽연합(EU)에 도입되면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분야의 모든 제품은 탄소 배출량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들은 유료 인증서 구매(의무입니다) 등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실제로 오스트리아에서 그래비티 에디터가 만난 피터 호디노트 전 유럽시멘트협회장은 "현재 시멘트 1t 가격이 약 90유로인데 앞으로 탄소 배출에 따른 비용이 1t당 100유로 정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탄소중립은 유럽 기업들에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시멘트 공장 : 열심히 따라잡는 중
EU로 시멘트를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에도 CBAM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그래비티 에디터가 강원 영월의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도 확인하고 왔습니다. 이 곳에서도 유연탄 대신 폐비닐·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 연료를 일부 사용 중입니다. 아직은 공장 내 순환자원 연료 사용률이 낮은 편이지만, 2022년부터 총 3030억원의 탄소감축 투자를 해 온 덕에 이 비율을 앞으로 66%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 이목을 끄는 점.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은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열을 발전 설비로 보내서 전력을 생산합니다. 이렇게 만든 전력은 공장을 가동하는 데 다시 쓰이고요. 영월공장 총 전기 사용량의 30%를 책임지고 있다고 합니.
그렇지만 지난 레터에도 적은 것처럼, 우리나라 시멘트 기업들은 내수 시장 비중이 95%입니다. 유럽 규제를 따라잡으려면 꽤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단 겁니다. 우리나라 시멘트 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은 제품 생산 단위당 평균 0.8321tCO2로 글로벌 평균(0.617tCO2)보다 높은 편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잠깐! 국내 시멘트 규제를 마냥 강화하기는 어려운 것이, 탄소 감축하느라 국산 시멘트 가격이 오르면 그 틈을 중국산 시멘트가 치고 들어올 수 있습니다. 시멘트는 집, 상점, 사회기반시설을 짓는 데 가장 기초적인 재료이기도 해서 우리나라 시멘트 업계가 위축되게 놔둘 수만도 없습니다. 물론 집이든 상가건물이든 이미 지어진 것들을 잘 고쳐서 오래오래 쓰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한국 사회의 분위기상(?) 그러기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이상의 고민은 지금 이 글을 읽는 용사님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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