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구속되면서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이 본격적으로 파헤쳐질 전망이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시께 김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도망 및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카카오 주요 임직원 및 관련 사모펀드사 등을 대상으로 좁혀져 온 검찰의 수사망이 금감원으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지 약 8개월 만에 그룹 총수까지 이른 셈이다.
카카오 ‘SM 시세조종’ 수사 일지 살펴보니
우선 검찰은 지난해 11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 법인 등을 시세조종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카카오와 공모해 약 1100억 원의 펀드 자금을 동원해서 SM엔터 주식을 매매한 혐의를 받는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역시 올해 4월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지 대표를 구속하기에 앞서 1월에 원아시아파트너스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하기도 했다. 또한 김 위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기 직전에는 카카오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A협의체의 황태선 총괄대표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배 대표와 지 대표의 사건을 병합해 진행하고 있다. 다만 배 대표와 지 대표는 기소 이래 시세조종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첫 재판에서 배 대표 측은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지분 매입이었다”면서 SM주식 매매에 고의성이 없었다고 밝혔다. 지 대표 역시 첫 공판이 열린 5월 "SM 주식 시세조종을 통해 하이브 측의 공개매수를 저지하려는 동기나 목적이 전혀 없었다"면서 "주가를 상승시키기 위해 매매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달 5일 증인으로 출석한 이준호 카카오 투자전략부문장이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목적으로 원아시아파트너스에게 1000억 원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사도록 요청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시세조종 의도가 있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더욱 힘이 쏠렸다. 당시 증인신문에서 이 부문장은 “원아시아가 SM엔터 주식을 매수하면 SM엔터와 카카오의 굿즈 사업까지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말하면서 배 대표와 지 대표 사이에 긴밀한 물밑 작업이 있었음을 드러냈다.
이에 검찰은 이 부문장의 증언이 나온 뒤 나흘 만인 9일 김 위원장을 소환해 20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조사는 김 위원장의 시세조종 직접 지시·승인 여부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17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김 위원장 측은 강하게 반발하며 SM엔터 인수 관련 보고를 받고 승인한 사실은 있지만 구체적인 인수 방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구로구 소재 남부구치소에서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대기하던 김 위원장은 그대로 최장 20일 간(형사소송법상 검찰 구속기간) 구속된 채 재판에 넘겨질 전망이다. 검찰은 구속기간 동안 김 위원장을 상대로 구체적인 시세조종 지시, 관여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해 기소할 계획이다.
한편 카카오는 시세 조종 외에도 이미 드라마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카카오T블루 콜 몰아주기 의혹 등과 관련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 구속과 함께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가 있는 다른 카카오 계열사 수사도 함께 급물살을 타는 등 사법리스크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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