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보수 우위’로 흐르는 연방 대법원에 대한 개혁안을 추진할 전망이다. 사실상 종신직인 대법관을 임기제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27일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 같은 연방 대법원 개혁안을 29일(현지시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사안에 정통한 2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개혁안에는 현재 사실상 종신직으로 운영되는 대법관 임기를 제한하고 대법관에 대한 윤리 강령을 도입하는 내용이 담긴다.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들의 면책특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이 같은 개혁안이 1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행위에 대해 면책 특권을 일부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대응해 나온 것으로 해석했다. 다만 이 소식통들은 개혁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명확하지 않고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건강·인지력 논란 속에 21일 전격 사퇴한 바이든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대법원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현재 미국 연방 대법원은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더 많은 보수 우위 구조다. 낙태권 폐지, 고등 교육 내 소수집단 우대 정책 폐지 등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과 결이 다른 판결을 내리며 대립해 왔다.
미국 헌법은 대법원을 구성하는 9명의 대법관이 위법 행위를 저질러 탄핵당하지 않는 한 평생 대법관직을 유지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대법관이 고령으로 사망하면 해당 시기 대통령이 후임 임명권을 갖게 돼 대법원의 이념 성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대법관 임기제와 윤리 규정을 도입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데 공화당의 반대를 뚫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공화당 우위인 미 하원 구조에서 개혁안 처리는 쉽지 않다. 올해 11월 대선과 연방의원 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다수를 차지해도 공화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막기 위한 의석에는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폴리티코는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개혁안 발표는 최근 대법원이 지나치게 당파적인 판결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민주당 내 우려에 대한 공감을 표시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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