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타고 싶어요…도둑 티몬 잡아주세요”
“사흘 이상 밤을 새면서 환불을 요구했는데 아직도 못 받았습니다. 오늘을 기점으로 이후 정식으로 경찰에 신고해 집회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28일 오후 5시 40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N타워. 티몬과 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 앞에 우산과 마스크를 쓴 피해자들 20여명이 모여 환불 불능사태에 대해 항의했다.
이들은 준비를 마친 뒤 우산에 “큐텐은 숨지 말고 대책을 마련하라”, “큐텐 위메프 티몬 카드취소 아니라 계좌환불 촉구”, “칠순잔치 1500만 원 온가족 울음바다”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붙인 채 환불 촉구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가 일주일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처음으로 단체 행동에 나섰다.
피해자들이 모인 건물 3층에는 큐텐 개발 부서가, 13층에는 구영배 큐텐 대표가 사용하던 사무실이 위치해 있다. 큐텐 측은 사무실을 모두 비우고 철수한 상태지만, 피해자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조속한 환불을 촉구하기 위해 행동력을 보여주겠다”며 큐텐 본사 앞에 모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피해자 A씨는 “카드사도, PG사도 지금 떠넘기기 식으로 서로 미루고만 있어서 환불이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된 경우가 없어서 다들 모이기로 했다”면서 “너무 답답해서 저희 마음을 표현하려고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티몬과 위메프 사무실에서) 환불 접수를 받기는 했지만, 이후 돈을 못받았는데도 ‘환불 완료’ 처리가 된 경우가 있고, 이중으로 환불금이 들어온 경우도 있는 등 오류가 많이 생겨 제대로 환불을 받은 사람이 많지 않다”면서 “환불 체계가 엉망인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피해자들끼리 모여 의견을 모아보고 이후 여러 장소에서 게릴라성으로 정식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집회는 서울 강남경찰서 등에 사전 신고되지 않은 채 진행됐다. 경찰은 혹시라도 발생할 돌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경찰 버스 4~5대와 경력 120명을 현장에 출동시켰다. 피해자들은 미신고 집회라는 점을 고려해 “점거나 물리력 동원 없이 이슈를 위한 퍼포먼스적인 모임”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피해자들은 함께 여행을 가려고 했던 가족들의 심경을 담은 피켓을 만들어 나오기도 했다. 아이가 직접 작성했다는 피켓에는 “비행기 타고 싶어요. 도둑 티몬 잡아주세요” 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집회에 참여한 피해자들은 향후 경찰에 집회를 정식 신고하면서 시위 규모를 점점 키워나갈 계획이다.
한편, 티몬은 28일 오전 기준 600건의 주문을 취소하고 환불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도서문화상품권 선주문건 2만4600건을 취소 처리하기도 했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사들과 PG사(결제대행업체)들 또한 환불절차에 나서고 있다. 티몬 측은 지난 26일과 27일 사무실 앞에 몰린 일부 피해자들을 상대로 현장 환불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환불 절차는 가시밭길일 것으로 예상된다. 티몬과 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이 내달 중 해외 계열사인 ‘위시’를 통해 5000만 달러(한화 약 700억 원)가량의 금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위시 역시 재무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700억 원도 피해 규모에 비해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2일 기준 금융당국이 파악한 미정산 금액은 위메프 565억 원(195개사), 티몬 1097억 원(750개사) 수준이다.
지난 27일 티몬의 환불 현장 담당자인 권도완 운영사업본부장은 중국 자금 600억 원가량을 투입해 환불을 해주겠다는 방안이 있다고 발언했지만, 이후 “중국에서 바로 빼 올 수 없고, 정확하지는 않다”고 한 걸음 물러서기도 했다. 큐텐의 구영배 대표는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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