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큐텐 대표가 판매 대금 미정산 문제 해소를 위해 자금 조달 노력보다는 피해 판매자들의 고통 분담이 요구되는 구상을 제시하자 판매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피해 판매자들의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이들이 대주주가 되는 공공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힌 것인데 사실상 ‘물귀신 작전’인 셈이다. 특히 2일 회생법원이 티몬·위메프에 대해 심문한 후 자율구조조정(ARS) 프로그램을 승인한 만큼 구 대표가 판매자들에게 이 같은 구상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티몬·위메프 정산 피해 판매자들은 구 대표가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향후 6개월 동안 티몬·위메프를 합병해 가칭 K커머스를 만들고 미정산 판매자들이 대주주인 공공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이미 5월 판매분부터 정산이 한 푼도 되지 않은 상태인데 6개월을 더 기다리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티몬으로부터 약 7억 원가량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한 판매자는 “당장 어제 하루도 못 버텨서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하고 파산을 신청하는 업체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우리 돈을 묶어놓은 채로 6개월을 더 버티라는 주장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입점 판매자들이 재기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K커머스에 판매자들을 모으고 플랫폼을 운영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라도 정산금을 먼저 지급해야 판매자들이 살아나고 플랫폼도 운영해나갈 수 있는 것인데 현재 내놓은 대책은 전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피해 판매자는 “이미 신뢰가 깨졌고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서 나한테 티몬·위메프 주주가 되라는 것이냐”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구 대표 본인 대신 빚더미 회사를 떠안으라는 말로 들린다”면서 “구 대표는 정산 대금을 변제하려는 노력을 조금도 하지 않으면서 끝까지 판매자들에게 희망 고문을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구 대표는 서울경제신문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허황된 의견이라는 지적은) 당연한 반응”이라며 “조만간 내용을 보완하고 업데이트해 실제적인 내용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회생법원 심사를 통해 ARS 프로그램을 승인 받음에 따라 구 대표는 채권자인 피해 판매자들에게 이 같은 방안을 더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거액이 물려 있는 피해 판매자들에게는 일부 금액을 선정산해주는 조건으로 출자 전환을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큐텐·큐익스프레스로부터 한국으로 들여와야 하는 돈이 적어져 그룹 차원에서 유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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