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사진) 쿠팡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주도로 인수한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가 손실을 빠르게 줄여 나가고 있다. 지난해 말 인수 당시 위험한 도박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쿠팡 산하에서 성공적으로 사업 정상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모습이다. 향후 글로벌 경기 호전 시 수익성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김 창업자의 뚝심이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
1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분기 파페치와 관련해 순손실 1억 800만 달러(약 148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파페치가 쿠팡에 인수되기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 손실액(2억 8000만 달러·3839억 원) 대비 61.4% 줄어든 수치다. 여전히 손실을 보고 있지만 사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적자가 크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억 7000만 달러(7813억 원)에서 4억 6000만 달러(6305억 원)로 19.3% 줄었다. 매출 역시 감소했지만 손실은 그보다 더 크게 줄어든 만큼 고무적인 성과라는 평가다.
쿠팡 입장에서 파페치 실적은 중요하다. 김 창업자 주도로 인수합병(M&A)한 회사라 리더십 측면에서 주목받을 뿐만 아니라 사업 성과가 대부분 한국에서 나오는 쿠팡과 달리 파페치는 글로벌 플랫폼이라 전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특히 가성비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종합 플랫폼인 쿠팡이 고가의 럭셔리 상품을 다루는 이질적인 성격의 파페치를 성공적으로 경영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만큼 이를 불식시켜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 같은 대외적인 관심을 의식해 쿠팡은 IR 차원에서도 파페치에 특별한 신경을 쓴다. 2분기 쿠팡 IR 자료를 살펴보면 파페치(Farfetch)라는 단어는 총 59번 쓰여 본사인 쿠팡(Coupang·46회)보다 더 많이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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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를 못할 정도로 경영 상황이 악화됐던 파페치를 쿠팡이 지난해 12월 약 65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후 점차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자 외부의 평가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작년 말 쿠팡이 파페치를 인수했을 때는 무리수로 보였다”면서 “지금은 쿠팡이 파페치와 관련해 무언가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향후 글로벌 경기가 호전될 경우 파페치의 수익성이 본격적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 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파페치 플랫폼의 올해 상반기 월간 평균 방문자수는 2610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명품 플랫폼 시장에서 파페치와 경쟁 중인 리스트(840만 명), 마이테레사(640만 명), 네타포르테(630만 명)를 3~4배 이상 압도하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포브스는 “파페치는 경쟁사 3곳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방문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며 “김 창업자의 주도 아래 매스 마켓(쿠팡) 뿐만 아니라 명품 시장에서도 잠재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김 창업자도 향후 파페치의 수익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번 2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파페치 사업 부문과 관련해서는 연말까지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흑자 근접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 시점에서는 올해 목표 달성이 순조로울 것으로 생각한다”며 “아직 여정의 초기 단계지만 파페치의 발전과 잠재력에 대해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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