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도 주요국만큼 공격적으로 낮추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를 올릴 때 상대적으로 덜 인상해 인하 시기에서는 그 폭과 횟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보다 앞서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캐나다와 유럽연합(EU), 영국 등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4~5% 안팎이다.
구체적으로 캐나다는 올 6·7월 두 달 연속 0.25%포인트씩 금리 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를 기존 5.0%에서 4.5%로 낮췄다. 유럽중앙은행(ECB)도 6월 기준금리를 4.5%에서 4.25%로 조정했다. 영국중앙은행(BOE)도 5.25%에서 5.0%로 낮췄다. 이들 중앙은행은 앞으로 금리를 조정할 수 있는 기회가 3번 더 남았다.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현재 기준금리가 5.25~5.50%에 달한다. 3.5%인 한국과 2%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금리를 올릴 때는 힘들었지만 그만큼 내릴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미국과 유럽 등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긴축에 나섰다. 그에 비해 한국은 금리 인하 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202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10%대였던 미국과 유럽에 비해 한국은 6%대로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 상승률을 보인 영향이었다.
경제성장률 격차도 원인이었다. 유로존의 2022년 경제성장률이 연 3.4%였던 반면 한국은 연 2.3%에 그쳤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은 다른 나라에 비해 금리를 충분히 올리지 않아 내릴 타이밍 역시 비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선다고 해도 경제 규모가 비슷한 국가들과 똑같이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이 9월 0.5%포인트의 빅스텝에 나선다고 가정해도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을 배제하면 한국은 그만큼의 여력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 0.25%포인트씩 인하 시 한은은 14번이 최대지만 BOE는 20회, 연준은 21번이 가능하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유럽이 금리를 인하했고 연준이 금리를 앞으로 내린다고 해서 한국이 똑같이 큰 폭으로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금리 인하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한은이 매번 선진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을 따라가기는 벅찰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 수준이 제한된다면 당초 금리 인하의 목적이었던 내수 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어 통화정책 전환 시의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고금리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지금보다 금리를 0.25%포인트 내린다고 해서 내수에 아주 큰 도움은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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