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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북극해를 잇는 다리를 만들자" 서도호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아트선재센터, 서도호 개인전 '스페큘레이션스' 개최

21년간 진행한 그의 상상과 사변을 건축전처럼 구현

'별똥별' '공인들' 등 그를 상징하는 작품도 전시




서울과 북극점을 잇는 다리를 만들고, 다리 위에 완벽한 집을 짓는다. 다리는 걸어서 이동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보. 집이 지어질 위치인 북극해는 강대국간 이권 다툼이 치열한 곳이다. 이곳에 개인이 집을 지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이쯤되면 상상을 멈춰야 한다. 그러나 그는 멈추기는 커녕 국제연합(UN)에 전화를 걸어 ‘이곳에 나라를 세울 수 있는지’ 문의하며 일을 키운다.

공상과학(SF) 영화의 시놉시스 같은 엉뚱한 프로젝트를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 남자는 세계적인 설치미술 작가 서도호(62). 그간 영국을 기반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서도호의 대규모 개인전이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17일부터 열린다.

‘런던-서울-뉴욕’을 잇는 ‘다리 프로젝트’를 보여주는 이미지. 사진 제공=리만머핀




서도호는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한국 작가 중 한 명이다. 2001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한 이후 미국 LA카운티미술관(LACMA),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박물관, 휘트니미술관, 일본 모리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내년에는 영국 테이트모던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아트선재센터에서 21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의 제목은 사변, 추론, 사색 등을 뜻하는 '스페큘레이션스'(Speculations).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만약에'(What if)라고 설정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진행되는 작업 과정을 '스페큘레이션'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라고 전시 의도를 설명했다 .

16일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도호 작가가 전시회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지난 20여 년 동안 기록하고 정리한 사변, 추론 사색의 모든 것을 총망라했다. 1층 전시장의 주제는 ‘다리 프로젝트’. 작가는 뉴욕에 거주하던 시절 서울과 뉴욕의 가운데 지점인 태평양 한가운데에 다리를 만들고 그 위에 ‘완벽한 집’을 짓겠다는 구상을 했다. 집을 짓기 위해 작가는 건축가, 생물학자, 물리학자 등과 협업해 조류와 바람을 견딜 수 있는 집을 상상했고 그 결과물은 수백장의 드로잉으로 남았다. 1층 전시장에서는 이 드로잉을 만나볼 수 있다.

런던으로 이주한 후에는 서울과 뉴욕, 런던을 등거리로 연결한 지점이 ‘완벽한 집’의 위치가 됐다. 이 지점은 북극 보퍼트해 인근 지역이다. 작가는 북극해 인근에 집을 짓는 상상을 실현하기 위한 첫 단추로 코오롱스포츠와 협업해 태양광으로 자가발전 하는 구명복을 만들기도 했다. 1층 전시장에서는 이 구명복의 초기 버전을 만나볼 수 있다.



서도호 작가가 ‘완벽한 집’ 프로젝트를 위해 제작한 구명조끼. 사진=연합뉴스


2층 전시장에서는 집을 키워드로 한 더욱 기발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에게 집은 이동 가능한 물질이다. 서울에 있는 집은 런던의 한 다리 위에 존재하기도 하고 샌디에이고 미술관 위에 불시착하기도 한다. 16톤 트럭 화물칸에 실려 미국과 대륙을 횡단하기도 한다.

엉뚱한 상상 중에는 실제로 구현된 작품도 있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대(UC) 샌디에이고의 7층 건물 꼭대기에 오두막을 설치한 ‘별똥별’이 그 주인공. 실제로 건물 사이에 불시착한 듯한 이 오두막의 모습을 이번 전시에서 32분의 1 크기의 모형으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2010년 영국 리버풀 비엔날레 당시 리버풀의 두 건물 사이에 작가가 살았던 집을 끼워 넣어 설치한 작품도 이번 전시에서 모형으로 재현됐다.

서도호,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서도호 개인전 ‘스페큘레이션스’에서 한 관람객이 작품을 보고 있다. 사진=서지혜 기자


서도호가 영국 런던에 설치한 작품 ‘별똥별’을 축소한 모형. 사진=서지혜 기자


서도호, 공인들. 사진=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 국립아시아미술관 앞에 설치된 그의 상징과도 같은 대표작 ‘공인들(1988)’은 이번 전시에서 그의 상상이 더해진 신작으로 다시 제작됐다. 공인들은 익명의 다수가 거대한 기념비를 함께 힘을 합쳐 머리 위로 들고 있는 모습을 구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오랜 시간 이 작품이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해 왔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키네틱 아트’ 기술을 통해 기념비 밑 익명의 다수들이 함께 발걸음을 옮겨 기념비를 옮기는 모습을 6분의 1 크기의 모형으로 제작했다. 전시는 11월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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