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조기 총선 패배 후 제1 야당과의 동거 정부 구성을 위한 총리 지명을 거부하면서 새 정부 구성에 차질을 빚고 있다. 야권은 탄핵안을 제출하겠다며 압박에 나섰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이 내세운 후보에 대한 총리 지명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달 조기 총선에서 1당에 오른 NFP는 자신들이 내세운 후보를 총리로 임명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국정 불안정이 우려된다며 이를 거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3일부터 NFP, 범여권,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지도자들과 상·하원 의장을 잇달아 접견해 새 총리 인선을 비롯한 내각 구성 방안을 협의해왔다. 이에 대해 엘리제궁은 성명에서 "이번 논의가 공정하고 진지하며 유용했다"면서도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도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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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대통령은 NFP와 연립 정부를 구성할 경우 즉각적인 불신임 투표와 정부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그런 정부는 즉시 350명 이상의 의원 과반수가 반대하게 될 것"이라며 "정치 지도자들이 표명한 의견에 비추어볼 때 국가의 제도적 안정성 차원에서 이러한 선택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총리 선출과 관련해 마크롱 대통령은 오는 27일부터 당 지도부와 추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NFP가 지명한 후보는 경제학자이자 파리시 재무국장인 루시 카스테트다. 극좌 정당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는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제출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장뤼크 멜랑숑 LFI 대표는 "루시 카스테트가 아닌 다른 총리 후보 제안은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당(EELV) 사무총장 마린 톤들리에는 "대통령의 행동이 불명예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무책임"이라고 비난했다.
가디언은 마크롱 대통령이 새 총리 임명을 미루면서 프랑스의 정국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는 지난달 7일 조기 총선에서 NFP 182석, 범여권 168석, RN 등 극우 진영 143석을 차지해 세 진영 모두 과반인 289석엔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기존 내각은 사임하고, 연립 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이 시작됐지만 총선 이후 한 달 넘게 총리 지명을 놓고 여야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새 정부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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