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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교세포 '불안 조절기능' 첫 규명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이성중 서울대 치의과학과 교수

신경세포 보조만 할리 없다 판단

20년 연구…정서 등 관여 밝혀내

치료제·관련기술 개발 등 기대감

"향후 우울증 발병 기전도 연구"

이성중(왼쪽) 서울대 치의과학과 교수가 연구실에서 연구진과 함께 신경교세포 관련 실험 결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9월 수상자로 선정된 이성중 서울대 치의과학과 교수는 지금껏 신경세포에만 집중해온 고위 뇌 기능의 해석 범위를 신경교세포로 확장해 뇌과학 연구의 지평을 새로 여는 단초를 마련했다. 신경교세포는 뉴런으로 불리는 신경세포와 함께 뇌를 구성하는 세포로 주로 신경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신경계에서는 생리 기능 조절 및 면역·염증 반응 조절도 담당한다. 신경세포는 뇌 속에서 전기신호를 발생시켜 신호를 전달하지만 신경교세포는 전기신호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신경교세포는 뇌에서 신경세포보다 훨씬 많은 수를 차지하지만 최근까지도 뇌 기능의 보조 역할에 그치는 세포로만 여겨졌다. 신경 염증 등 뇌 질환 과정에서 신경교세포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질환이 아닌 일상적인 뇌 기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이 교수는 신경교세포가 단순한 보조 역할만 수행할 리 없다고 보고 뇌 속 기능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20년간 신경교세포의 다양한 기능을 밝혀내는 연구에 집중하면서 신경교세포가 ‘정서’와 ‘사회성’ 같은 고위 뇌 기능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

생쥐를 이용한 사회적 서열 결정 관련 실험의 개요.




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전전두엽에 위치한 신경교세포의 일종인 성상교세포는 사회적 서열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성상교세포의 활동성에 따라 생쥐의 ‘우월 행동’의 크기와 양상이 달라지며 이에 따라 생쥐의 사회적 서열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생쥐의 성상교세포 내 칼슘 활동성을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술을 만들고 우월 행동을 하는 생쥐의 뇌 영역을 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르면 경쟁 과정에서 전전두엽 성상교세포의 칼슘 활동성이 실시간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이 교수는 신경교세포가 불안장애의 기전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밝혀냈다. 불안장애는 전 세계 성인의 약 30%가 경험할 수 있는 흔한 질환이다. 연구진은 불안한 환경에 처한 생쥐의 해마 영역에서 성상교세포가 활성화되며 이로 인해 불안 반응이 조절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의 경쟁심과 우월 행동이 어떻게 뇌에서 조절되는지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또 신경교세포의 역할이 경쟁심 등 행동적 특성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특히 신경세포의 역할에만 초점을 맞췄던 기존의 불안장애 연구에서 벗어나 신경교세포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 향후 신경교세포를 대상으로 한 불안장애 치료제 개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그간 신경세포 관점에서만 이해되던 경쟁심과 같은 고위 뇌 기능이 뇌의 신경교세포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증명해 사회성 뇌 기능 연구의 새 장을 열었다”며 “향후 신경교세포를 표적으로 불안이나 사회성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까지 왜 신경교세포가 우울증 발생에 기여하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며 “뇌의 신경교세포가 어떻게 우울증 발병에 기여하는지를 향후 연구를 통해 밝혀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의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스(2022년 11월)’와 ‘네이처뉴로사이언스(2023년 9월)’에 각각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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