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 노조가 영풍(000670)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MBK파트너스를 상대로 상경 투쟁에 나섰다. MBK파트너스 측이 추진하는 공개매수를 ‘강제매수’라고 꼬집으며 회사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울산) 노조원 약 100명은 19일 새벽부터 MBK파트너스 본사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디타워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시위 현수막에는 ‘약탈적 투기자본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주식 강제매수를 철회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노조와 지역 등 회사 이해관계자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확보가 사업 경쟁력 훼손 및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단기적 이익에 몰두한 채 50년 역사의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의 사업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얘기다.
노조 측은 성명서를 통해 “50년 역사의 세계 최고의 비철금속제련회사인 고려아연이 기업사냥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게 회사를 빼앗기는 엄청난 위협 앞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들은 지난 50년간 근로자들의 피땀과 헌신으로 일군 고려아연을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매수하려고 합니다. 우리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적대적·악의적·약탈적 공개매수를 고려아연 2000명 근로자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두겸 울산시장도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사모펀드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를 그냥 좌시할 수만은 없다”면서 “산업 수도 울산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정치계와 상공계·시민 등 지역사회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지역 향토 기업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이날 주식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할 예정이다. 최 회장과 그의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식 수량을 알리는 공시인데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영풍 장씨 집안 측이 가진 수량은 제외할 방침이다. 이는 최 회장 측이 주식 매수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현행 자본시장법 제140조에서는 공개매수가 이뤄지고 있을 때는 특수관계자가 별도로 주식을 매수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아연·납 생산량 기준 세계 1위 제련업체인 고려아연은 지난해 매출 9조7045억 원, 영업이익 6599억 원을 기록했다. 고려아연은 최근 영풍그룹 전체 매출의 70%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그룹 내 비중이 크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말 2차전지·그린수소 등 신사업과 제련 사업에 10년 동안 17조 원을 투자해 2033년에 매출 25조3000억 원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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