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의 한 행정복지센터에 큰 개를 끌고 와 공무원에게 욕설하며 20분간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현행범 체포된 60대 민원인이 약식 명령에 불복한 정식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 김도형 부장판사는 경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된 A(6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법원은 대단히 부적절한 행위지만, 경범죄로 처벌하려면 술에 취한 채 이 같은 행위를 한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돼야 하는데 검사의 공소사실은 그렇지 않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술 취한 것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A씨는 지난 2월 26일 오후 2시 45분께 관공서인 원주시의 한 행정복지센터에 자신이 키우는 대형 개를 데리고 들어가 “지방공무원이 갑질한다”며 큰 소리로 욕설하는 등 20분간 소란을 피운 혐의로 약식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현행범 체포되기도 한 A씨는 벌금 60만원에 약식 기소된 것에 불복해 지난 6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당시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A씨가 행정복지센터에서 공무원들에게 욕설하고 개를 끌고 들어와서 소란을 피운 행위는 현장 CCTV 영상과 진술 등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경범죄 처벌법에는 '술에 취한 채 관공서에서 몹시 거친 말과 행동으로 주정하거나 시끄럽게 한 사람은 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대단히 부적절해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차치하고, 기소된 죄명인 경범죄 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하려면 술에 취한 채로 이 같은 행위를 해야 했다고 봤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 영상이나 진술에는 'A씨가 술에 취한 상태라거나 술에 취해 있었다'는 내용이 없고, 112 신고에서도 '남성 민원인이 난동을 부린다. 개를 데리고 왔다'는 취지만 있을 뿐 술에 취해 있다는 내용은 없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경찰의 사건 발생 검거보고서에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A씨를 현행범 체포했다'고 기재돼 있으나, A씨가 술에 취해 있었다거나 '술주정'에 해당한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A씨가 4년 전 교통사고로 만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따른 심한 불안과 분노, 정서 및 충동 조절 장애로 어려움을 겪어 계속 치료받고 있다는 병원의 소견서로 볼 때 공소사실 행위의 원인이 '술에 취한 것' 때문이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상급법원에 항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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