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의사들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올린 사직 전공의가 구속된 가운데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구속된 전공의와 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입은 분들 모두가 정부가 만든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21일 임 회장은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전날 구속된 사직 전공의 정 모 씨를 면회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철창 안에 있는 전공의나 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당한 전공의나 그 누구라도 돕겠다는 게 협회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참담함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토로한 임 회장은 “유치장에 있어야 할 자들이 환자들이 죽어가던 현장에 있던 전공의여야 하는가, 아니면 ‘의사들을 악마화하고 의대정원을 증원하라’고 대통령 귀에 속삭인 간신들, 그 명령에 따라 영혼 없이 움직여 국민들이 길가에서 숨지게 한 공무원들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정부가 의사들 사이를 다 결딴내고 있다”면서 “이 사태가 하루라도 빨리 끝나서 의사들도 국민들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게, 의사들이 오직 국민들 생명 살리는 걱정만 할 수 있는 세상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발언 도중 감정이 끓어오르는 듯 울먹이는 모습도 보였다.
정 씨는 지난 7월 전공의·의료계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들의 신상 정보를 담아 ‘감사한 의사’라는 제목의 명단을 만들고, 이를 텔레그램과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등에 수 차례 올린 혐의를 받는다.
당초 정 씨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혐의로 입건됐으나 경찰은 정 씨가 당사자 의사에 반해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게재했다고 보고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혐의를 변경했다. 정 씨의 구속은 의료계 블랙리스트 관련 사례로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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