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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려아연, 자사주 매각 카드 만지작…경영권 방어 수단 비판은 부담 [시그널]

FI 백기사 자금유치 부족할 때 대비해

2.39% 우호 지분 늘리는 효과 기대

일반주주 가치 훼손한다는 지적 부담

고려아연 "약탈적 투기자본과 함께 못가"

MBK "근거 없는 억측, 중국에 매각 안해"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에서 열린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권욱 기자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대응하기 위해 자금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 측이 자사주를 협력사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결권이 없는 약 2.39%(약 49만 4800주)의 자사주를 백기사에 넘기면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우호 지분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만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수단이 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이사회 통과 등이 걸림돌로 꼽힌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렌코어와 일본·호주 등 해외 협력사를 대상으로 자사주 매각을 타진했다. 베인캐피털·소프트뱅크와 같은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자금 유치가 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하는 성격이 강하다. 가격은 MBK의 공개매수 가격에 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다.

최 회장 측이 대항공개매수를 하려면 MBK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해 1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연기금 등 출자자(LP)들에게 선관주의 의무를 갖고 있는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경우 충분한 실사 기간을 갖지 못한 데다 경영권 분쟁 이벤트로 인해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등한 회사에 대규모의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최 회장 측이 MBK로부터 경영권을 지키려면 최소 7%가 더 필요하다. 만약 2.39% 자사주를 매각해 의결권에 보탠다면 모아야 할 자금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 최근 물밑 접촉을 한 호주 광산 기업 BHP나 일본 스미토모상사의 경우에도 시장에 있는 지분이 아닌 자사주를 활용한 거래를 할 가능성도 있다.

고려아연은 2022년 이후 자사주를 활용해 우호 지분을 확보해왔다. 2차전지·수소 사업 동맹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고려아연은 자사주 1.2%를 ㈜한화 자사주 7.3%와, 0.47%는 LG화학 자사주 1.97%로 교환했다. 또 자사주 4.35%를 트라피구라·한국투자증권·모건스탠리에 처분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기업 간 자사주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백기사를 확보했던 사례는 적지 않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때가 대표적이다. 당시 삼성물산이 보유하던 자사주 5.76% 전량을 KCC에 매각했고 KCC가 해당 합병을 찬성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에 중요한 디딤돌을 놓았다.





하지만 상장사가 자사주를 대주주의 지배권 강화에 사용하면 일반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부담 요인이다. 자사주라는 회사 자산을 소각이라는 주주 환원이 아니라 경영권 분쟁에 활용하는 데 대한 반감이 일 수 있다. 실제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외부에 매각할 경우 MBK가 가처분 신청 등의 소송전을 통해 저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다툼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사회가 자사주 매각 안건을 통과시킬 경우 여론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상대측에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측도 “자사주 매각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최 회장 측은 한국투자증권의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최씨 일가 지분 15.6%에 현재 대출을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2000억~3000억 원 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도 있으나 최 회장 측의 신용도와 담보 제공 능력을 고려했을 때 쉽지 않다. 경영권까지 담보로 내놓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지분 다툼과 별개로 양측 간 비난전은 이날도 이어졌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최고기술책임자)은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약탈적 투기 자본과는 결코 함께 갈 수 없다”며 “고려아연이 넘어가면 우리 기술자들은 다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 40여 년간 고려아연의 성장사를 지켜본 ‘산증인’으로 통한다.

향후 경영권이 결국 중국에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도 거듭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MBK가 경영권 인수 시 당연히 중국 자본에 팔 텐데 이는 국가적인 재앙”이라며 “투기 회사들이 돈만 놓고 보면 고려아연에서 팔아먹을 기술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중국이 아연 연간 생산량(1700만 톤)의 절반(750만 톤)을 차지하는 만큼 중국 기업이 고려아연을 탐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MBK는 재차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억측이고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며 “중국에 매각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스미토모와 접촉했다고 전해진 데 대해 “토종 사모펀드인 MBK를 ‘중국계 자본’이라는 거짓 프레임을 씌워 놓고 본인들은 일본의 대표적 전범 기업에 도움을 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 주가는 간담회에서 별도 대항공개매수나 우호 지분 확보에 대한 언급이 없자 3.32% 하락했다. 종가는 69만 9000원으로 아직 공개매수가(66만 원)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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