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 당국 지도부가 24일 내놓은 일련의 조치는 올해 남은 기간 경제 부양을 통해 목표했던 ‘바오우(5% 성장률 유지)’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합동 기자회견에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 행장을 비롯해 리윈쩌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장, 우칭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위원장 등 중국 3개 금융 당국 수장이 모두 참석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또 통화정책을 비롯해 부동산 시장과 자본시장을 아우르는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낸 것도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중국 지도부가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중국 당국은 이날 발표가 시작에 불과하다며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 인하 등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판 행장은 이날 시중에 유동성을 대량 공급해 경기회복의 마중물로 쓰겠다고 강조했다.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할 돈이 줄어드는 만큼 시중에 더 많은 돈이 풀린다.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 0.25%포인트씩 지준율을 낮췄던 인민은행은 올 들어 2월에 이어 이번에도 0.5%포인트 인하를 선택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0.25~0.5%포인트의 추가 지준율 인하까지 예고하면서 당국은 돈을 풀어 소비를 유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7일물 금리를 내린 것도 같은 이유다. 역레포 금리를 낮추면 중앙은행의 예치금으로 돈이 덜 몰려 시중 유동성이 확대된다. 인민은행은 전날에도 역레포 14일물 금리를 0.10%포인트 인하하고 745억 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판 행장은 조만간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는 약 0.3%포인트, 대출우대금리(LPR)와 예금금리는 0.2~0.2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르면 25일 MLF를 조정하고 이달 중 LPR 금리 인하가 전격 단행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대출금리 인하로 시중은행의 수익성이 타격을 받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예금금리도 함께 인하하기로 했다.
내수 부진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 방안도 나왔다. 먼저 판 행장은 시중은행들이 기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괄 조정해 신규 대출 금리에 가까운 수준까지 낮추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주담대 금리가 현재(평균 3.92%) 수준보다 0.5%포인트 낮은 3.4%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판 행장은 “이렇게 되면 5000만 가구, 1억 5000만 명의 이자 부담액이 연평균 약 1500억 위안(약 28조 4000억 원) 줄어들 것”이라며 “소비 및 투자 확대, 대출 조기 상환 축소 등에 도움이 되고 소비자의 정당한 권익도 보호해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전방위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것은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 5.3%를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4.7%로 꺾이며 상반기 누적 5.0%에 그쳤다. 3분기 역시 4%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이 올해 목표치 달성에 실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치로 중국이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에릭 주 중국이코노미스트는 “최소한 이번 정책 발표는 경제 심리에 절실히 필요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이처럼 강력한 통화 패키지 덕분에 성장률은 5% 목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톈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 교수는 “통화정책 완화 방향성은 명확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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