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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發 2차 개발 붐…강남 집중 더 강화된다

[2024 강남 집중 리포트]

◆인구 161만 '2년째 증가' 역주행

강남 3구 정비사업 3.1만 가구

5년간 서울 입주물량 30% 차지

"강북과 균형 설계 필요" 목소리





저출생과 인구 감소라는 우리 사회의 거대한 구조 변화와 달리 서울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만은 인구와 기업·일자리가 몰리는 기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교육과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강남은 서울 인구가 900만 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인구 증가 ‘역주행’을 하고 있다. 1980년 ‘강남 8학군’이 형성되면서 본격적인 강남 빅뱅이 이뤄진 후 40여 년이 흘렀지만 재건축·재개발 붐을 타고 ‘제2의 강남 집중’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가속화되는 강남 쏠림은 과거 인구 확장기와 달리 인구 축소기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강남·북 균형발전에 대한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강남 3구의 인구(주민등록 기준)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161만 8450명으로 2022년 이후 2년 연속 증가했다. 강남 3구의 인구는 2019년 165만 명대에서 2022년 159만 명대로 주저앉았다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강남 3구 가운데서도 강남과 서초 인구가 최근 2~3년 새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이다. 2016년 서울의 총인구가 1000만 명 아래로 떨어진 뒤 지속적으로 감소해 930만 명대까지 추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현상의 직접적인 원인은 사업성이 높은 강남 3구의 주거정비사업이 다른 지역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강남 3구의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입주 물량은 총 3만 1239가구로 서울 전체(11만 7365가구)의 약 30%를 차지했다. 강동구를 포함한 이른바 ‘강남 4구’까지 확대하면 서울 전체의 45%에 달한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강남권이 다른 곳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이 좋은 만큼 일반분양 물량이 많고, 이는 인구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주거·교육 인프라가 몰리면서 서울의 부가가치가 높은 정보기술(IT), 문화예술 분야 사업체의 3분의 1은 강남 3구에 쏠려 있다. 앞으로 메이플자이, 반포주공1단지, 잠실주공5단지 등의 대규모 재건축이 진행되고 서초와 강남 등의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제2의 강남 집중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서울과 강남 3구의 집중화를 통한 성장 모델이 한계에 부딪힌 만큼 강북은 물론 지방 거점도시 육성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강남 집중은 강남·북 격차는 물론 서울과 지방 간 격차 확대를 불러와 우리나라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며 “서울 강북과의 균형 발전과 함께 주요 지방도시에 재정적 독립과 자율성을 부여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제2의 도시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 인구증가 트리거 된 재건축
사업성 높아 정비속도 빨라…강남구만 5년새 1만명 신규 유입




서울 강남 개발의 시작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까지 서울은 강북 종로 근방이 전부였는데 폭발적 인구 유입으로 도시 슬럼화가 우려되자 ‘영동 1·2지구 신시가지개발계획’ ‘잠실종합개발계획’ 등이 시행되며 천지개벽을 위한 닻을 올렸다. 뒤이어 명문 고등학교 및 관공서 등이 강남으로 이전되고 1980년대 개포지구 등 대규모 택지 개발로 대단지 주택이 들어서면서 도시의 틀을 갖추게 됐다.

50년 역사가 넘는 강남 개발 붐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준공된 지 30~40년이 된 아파트들의 재건축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인구를 빨아들이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며 강남구의 2020년 초 인구는 54만 5900여 명을 기록한 뒤 올해 9월 현재 55만 8500명이 넘는다. 서울 인구가 경기도로 대거 빠져나가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정비사업을 통해 기존 주택 물량보다 많은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이 결국 강남권 인구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10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강남구의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0년 이후 올 9월 현재까지 최근 5년간 1만 6535가구에 달했다. 이 같은 입주 물량 규모는 서울 전체 25개 자치구 중 두 번째다. 이 기간 강남구에서는 △디에이치자이개포(2021년 7월 입주, 1996가구) △개포자이프레지던스(2023년 2월 입주, 3375가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2023년 11월 입주, 6702가구) 등 총 10개 재건축 단지들이 입주를 진행했다.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3853가구다. 3인 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1만 1559명이 새로 유입된 것으로 이는 같은 기간 강남구 인구 증가 규모와 맞먹는다.

서초구의 경우 같은 기간 정비사업으로 인한 입주 물량은 1만 193가구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4위를 차지했다. △반포센트럴자이(2020년 4월 입주, 757가구)와 △래미안리더스원(2020년 10월 입주, 1317가구) △서초그랑자이(2021년 6월 입주, 1446가구) △방배그랑자이(2021년 7월 입주, 758가구) △래미안원베일리(2023년 8월 입주, 2990가구) 등 13개 재건축 단지들이 입주를 마쳤다. 이들 단지에서 나온 일반분양 물량은 1896가구로 서초구 인구 유입에서 상당수 비중을 차지했다.

이 밖에 송파구는 같은 기간 △e편한세상송파파크센트럴(2020년 6월 입주, 1199가구)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2022년 1월 입주, 1945가구)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2024년 9월 입주, 1265가구) 등을 통해 4511가구가 입주했다. 최근 5년간 서울 강남 3구의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총 입주 물량은 3만 1239가구로 서울 전체(11만 7365가구)의 약 30%를 차지한다.

강남 3구의 정비사업 입주 물량이 많은 것은 사업성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남 3구에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반포나 잠실, 개포동을 중심으로 용적률이 100% 초중반대로 낮은 저층 재건축 단지들이 많이 지어졌다. 서울 3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재건축 시 300% 수준까지 용적률을 높일 수 있는데 기존 용적률이 낮으면 층수를 더 높이고 일반분양 물량을 늘릴 수 있어 사업성이 더 개선된다.



또 강남 3구의 재건축 단지는 대지 지분율이 높은 편이다. 대지 지분율은 대지 지분을 전용면적으로 나눈 비율이다. 대지 지분이 높으면 여유 있는 땅이 많다는 의미로 더 많은 가구를 지을 수 있고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 주민 분담금을 낮출 수 있다. 실제로 개포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로 재건축된 옛 개포주공 1단지 전용 44㎡의 대지 지분율은 156%에 달해 서울 최고 수준이었다. 보통 서울에서 500가구 이상 일반분양 물량이 나오는 아파트가 흔치 않은데 이 단지는 2020년 분양될 당시 일반에 공급된 물량이 1235가구나 됐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강남 재건축 단지는 설사 억 단위의 분담금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입지가 좋아 미래 가치기 높기 때문에 전국에서 제일 사업성이 높다”며 “사업성이 좋으면 조합원들이 적극적이고 정비사업 진행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인구 유입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공사비가 급등한 점을 고려하면 강남권 재건축의 사업성이 예전만큼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단지는 분담금을 내지 않고 오히려 환급금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남권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는 분양을 통해 거둬들인 수입으로 공사비를 충당하고도 조합원에게 환급까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대지 지분이 적어 조합원당 추가 분담금을 5억 원이나 부담해야 해 사업이 중단된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840가구)’와 대조된다. 잠실주공5단지 인근 A중개업소 관계자는 “1800여 가구가 분양되면 잠실동 인구가 대략 수천~1만 명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타운 출구전략'에 공급 발목…강북은 20년새 인구 13% 줄어




지난 20년간 서울 강북 14개 자치구의 인구가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인구가 5% 늘어난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이른바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정비사업이 대거 중단되면서 주거지역이 노후화된 데 따른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 강북 14개 자치구의 인구는 2004년 510만 명에서 2024년 443만 명으로 13%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의 인구 감소 폭(-8%)을 웃도는 수치다. 반면 강남 3구의 인구는 2004년 154만 명에서 2024년 162만 명으로 5% 증가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북구·노원구의 인구 감소 폭이 21%로 가장 큰 가운데 도봉구(-20%), 성동구(-19%) 등이 뒤를 이었다.

부동산 업계는 아파트가 노후화되고 관련 인프라가 부족해지면서 강북권의 인구 감소 역시 가팔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도봉구 지역 내 총 9만 2684가구 중 57%인 5만 2829가구가 준공 30년을 초과한 노후 아파트다. 노원구도 해당 비중이 55%에 달한다. 반면 강남구와 송파구의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 비중은 각각 39%, 32%에 불과하다.

강북 14개 자치구의 인구는 2005년까지만 해도 508만 명에 달했다. 그러나 2012년 494만 명으로 500만 명 선이 무너지기 시작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강북권 인구 감소의 요인 중 하나는 정비사업 제동이 꼽힌다. 박 전 시장은 2012년 재정비촉진사업(뉴타운)·정비구역으로 지정된 1300개 구역 중 사업 시행 인가 이전인 600여 개 구역에 대한 사업성 재검토에 착수했다. 추진위원회나 조합만 설립돼 사업의 별다른 진척이 없는 구역 중 토지 등 소유자 10~25% 이상이 동의할 경우 실태 조사를 거쳐 뉴타운 지정 해제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정비사업에 따른 주민 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세입자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 같은 정책 추진으로 약 5년 8개월간 683곳 중 365곳의 뉴타운·정비구역 지정이 해제됐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이다. 총 15개 구역 중 6곳이 일몰제 등으로 대거 뉴타운에서 해제되며 ‘반쪽짜리 뉴타운’으로 전락했다. 종로구 창신동 23번지와 숭인동 56번지 일대도 마찬가지다. 이 구역은 2007년부터 뉴타운이 추진됐지만 2013년 촉진지구가 해제됐다. 대신 ‘1호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돼 8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 골목 벽화 그리기 등 사업을 전개했지만 주거 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주민들의 불안이 컸다.

뉴타운·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지역들은 이제 겨우 재개발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서울시는 8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창신동 24번지와 숭인동 56번지 일대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곳에는 총 200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장위15구역도 지난달 총 3317가구 규모로의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을 결정했다. 종로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그야말로 잃어버린 10년”이라며 “정비사업 재추진을 기다리다 범죄 우려 등에 떠난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책에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2021년 부동산 포럼’에서 “박 전 시장 시절인 2014년 전후 서울시의 정비사업 출구전략에 따른 사회적 기회비용이 연간 5000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공사비 급등에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이 낮아지면서 앞으로도 강북권 인구 감소세가 상대적으로 집값이 높은 강남권보다 가파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 공공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기준 강북 14개 자치구에서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사업장(사업 시행 인가 이전)은 총 244개다. 강남 11개 자치구는 이보다 많은 299개로 집계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축과 한강변 아파트가 많고 인프라가 우수한 강남권으로 인구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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