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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영어권 진출·빅테크와 협업…'S&P 전략'으로 틈새 노린다

[AI 강국의 조건]<중> K-AI 생존전략은 차별화

KT, 태국어 LLM 검증도구 개발

네이버는 사우디에 중동거점 설립

MS·인텔 등과 협력관계도 구축

韓 제조업 AI 신시장 개척해 볼만





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최근 태국 최고 명문 쭐랄롱꼰대 연구진과 태국어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벤치마크 시스템을 개발했다. 태국어는 오픈AI의 ‘GPT-3’ 모델 기준으로 언어 데이터 비중이 0.013%에 불과한 대표적 ‘저자원 언어’다. 데이터가 적다 보니 태국어를 배운 LLM을 만드는 것부터가 쉽지 않을뿐더러 그렇게 만든 LLM이 제대로 배워 현지 문화에 맞게 언어를 구사하는지를 판단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업스테이지는 KT(030200), 태국 자스민그룹과 함께 1년 동안 태국어 LLM을 개발해왔다. 이를 검증할 도구도 생긴 만큼 이르면 이달 중으로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태국을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AI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빅테크가 장악한 AI 시장에서 여전히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비(非)영어권에 진출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소버린 AI 관련 이미지. 사진 제공=네이버


◇소버린 AI 구축·지원으로 틈새 공략=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가 생성형 AI를 앞세워 글로벌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테크 기업들은 각국 언어와 문화, 법률과 규제에 특화한 ‘소버린(sovereign·주권) AI’ 구축을 적극 지원하면서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자본력과 기술력에서 상대적인 열세를 인정하고 아예 빅테크와 파트너십을 맺어 우수한 기술과 글로벌 사업 역량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장병탁 서울대 AI대학원장은 “우리가 빅테크의 언어 모델을 따라가기에는 너무 늦었다”며 “대신 아직 제대로 데이터화하지 않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데 글로벌 협력 역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버린 AI는 빅테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자립을 꾀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커지는 추세다. 심지어 AI 개발사에 AI 칩을 공급하며 실질적으로 시장을 독점하는 엔비디아조차 소버린 AI 구축 수요 덕에 올해 매출이 100억 달러(약 13조 5000억 원) 이상 늘 것으로 예상할 정도다. 이미 한국어에 특화한 소버린 AI 구축 경험을 축적한 국내 테크 기업들이 공급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상태다.

네이버는 연내 사우디아라비아에 중동 거점 역할을 할 법인 ‘네이버 아라비아’를 설립하고 현지에 최적화한 아랍어 LLM을 개발할 계획이다. 디지털 트윈 구축 등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 중인 사업별로 전담 합작법인 설립도 추진한다. 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은 “AI 기술력을 활용해 세계에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AI 신제국주의’ 움직임이 나타난다”며 “기술 종속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독립적인 자체 AI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017670)은 다음 달 4일 열리는 연례 테크 행사 ‘SK AI 서밋’에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세션을 마련하고 관련 사업 계획을 발표한다.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는 SK텔레콤과 독일 도이치텔레콤, 일본 소프트뱅크, 싱가포르 싱텔, 아랍에미리트(UAE) 이앤(E&) 등 5개 이동통신사의 AI 동맹이다. 이들은 연내 합작법인을 세우고 전 세계 13억 가입자를 위한 맞춤 AI 모델인 ‘텔코 LLM’을 상용화한다. 이 역시 5개국어를 지원하는 소버린 AI다. LG AI연구원은 세계 최고의 한국어 성능을 자랑하는 ‘엑사원 3.0’을 8월 공개했다.

◇빅테크와의 협력 통해 AI 전환 적극 추진=국내 기업들은 소버린 AI 구축을 통한 틈새시장 공략과 함께 빅테크와의 동맹·협력을 병행하면서 ‘AI 전환(AX)’이라는 거대한 물결에 올라타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KT는 MS와 향후 5년간 2조 4000억 원 규모의 AI·클라우드 사업 협력을 추진한다. AI 모델 자립에 연연하기보다는 오픈AI의 최대주주이자 생성형 AI ‘코파일럿’을 가진 MS의 기술력을 빌려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MS 기술을 도입한 해외 기업들을 고객사로 유치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김영섭 KT 대표는 최근 열린 ‘AICT 사업 전략 발표회’에 참석해 “수백조 원을 투자하는 빅테크와의 AI 규모 경쟁은 게임이 끝났다”면서 “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의 AI 칩 독점과 수급난에 대응해 인텔과 AI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 중이다. 인텔의 AI 반도체 ‘가우디2’에서 잘 구동되는 소프트웨어(SW) 개발 도구를 연내 공개하고 최근 출시된 ‘가우디3’ 역시 협업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SK텔레콤은 미국의 AI 검색엔진 기업 퍼플렉시티와 상호 투자 및 기술 도입 계약을 맺었다. 오픈AI의 대항마 앤스로픽과도 1억 달러(약 1400억 원) 투자를 통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삼성전자(005930) 역시 갤럭시 스마트폰에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탑재했으며 중국 시장을 위해 현지 포털 기업 바이두와 손잡는 등 독자 기술이 아니더라도 제휴·협력을 통해 AI 기술을 자사 제품에 스며들도록 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 밖에 카카오는 ‘코GPT 2.0’ 같은 자체 LLM 개발과 함께 AI 챗봇 ‘카나나’ 같은 서비스 고도화를 꾀한다. 빅테크와 LLM 성능 경쟁을 펼치기보다는 이를 활용한 서비스로 수익 모델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장 교수는 “단순 텍스트가 아닌 산업 현장 데이터를 학습한 AI로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면서 “빅테크도 아직 잘하지 못하는 영역이면서 로봇·반도체 등 제조업 경쟁력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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