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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으로 달라질 건 없어…글쓰기 집중"

◆ 한강, 스웨덴 공영방송과 수상후 첫 인터뷰

"지금은 주목받고 싶지 않아

수상 의미 생각할 시간 필요

소설 집필 이후 연설문 쓸것"

차기작은 '겨울3부작' 완결편

지난 13일(현지 시간) 공개된 한강 소설가의 스웨덴 공영 SVT 방송과의 인터뷰 /SVT 화면 갈무리




“조용히 있고 싶습니다. 세계에 많은 고통이 있고 우리는 좀 더 조용하게 있어야 합니다.”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소설가인 아버지 한승원이 마을 사람들과 벌이는 동네 잔치를 만류한 이유를 두고 이 같이 밝혔다. 한강은 지난 13일(현지 시간) 스웨덴 공영 SVT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주목받고 싶지 않다”며 “나에게 이 상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분 남짓의 영상과 함께 공개된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됐다. 인터뷰는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인 지난 11~12일 사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영상 속 한강은 편안한 표정으로 검은색 상의에 검은 생머리를 한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한강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지만 자신에게는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으며 여전히 평화롭고 조용한 생활을 지향한다는 말을 전했다. 그는 “평화롭고 조용하게 사는 것을 좋아한다”며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왜 축하하고 싶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히려 조용한 방식으로 자축했다는 말을 전했다. 그는 “아들과 함께 (평소 즐기는) 카모마일 차를 마시며 축하했다”며 “수상을 축하하고 싶었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고 묻기도 했다. 기자가 부친(한승원 소설가)이 딸이 전쟁이 벌어지는 세계의 상황 때문에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언급하자 한강은 “뭔가 혼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날 아침 아버지께 전화드렸을 때 아버지는 마을에서 사람들과 큰 잔치를 하려고 했는데 내 생각에는 그게 좋지 않았다”며 “그런 큰 잔치는 하지 마시라고 했다”고 답했다.

오랫동안 개인에게 가해진 폭력에 대해 다뤄온 한강에게 끔찍한 역사적 사건에 직면해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냐는 질문도 나왔다. 그는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말을 통해 배울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 분명히 (끔찍한 일들이) 반복되는 것 같다”면서도 “적어도 언젠가는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살인을 멈춰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배웠던 것들의 아주 분명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때로는 글을 쓰는 것이 무용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1년에 소설 한 편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작별하지 않는다'를 완성하는 데 7년이 걸렸습니다. 시간을 들여 계속 글을 쓰는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해요."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인 현재도 마감을 앞둔 단편 소설을 집필 중이라고 밝혔다. 이 소설을 마감한 뒤 노벨상 수락 연설문 작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림원으로부터) 수상을 수락하는 내용의 에세이를 써야 한다고 들었다”며 “희망적으로는 지금 쓰는 짧은 소설을 이달이나 내달 초까지 마무리하고 그 이후에 주어진 에세이를 쓸 것”이라고 전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책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책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독자들과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는 작품은 ‘겨울 3부작’의 마지막 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강 작가는 스웨덴 공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소설을 마감 중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번 신작은 2015년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2018년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한 ‘작별’과 함께 ‘겨울 3부작’ 혹은 ‘눈 3부작’으로 불릴 전망이다.

최근작인 ‘작별하지 않는다(2021)’에서도 눈의 이미지가 지속적으로 등장하지만 분위기가 사뭇 밝아진 게 구별되는 특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시점과 분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빠르면 내년 중 출간될 예정”이라며 “(한강 작가가) 밝은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해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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