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인하 주기가 시작됐지만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를 넘으며 고공 행진하고 있다. 연착륙 전망과 미국 재정적자 확대 우려가 뒤섞이면서 10년물 국채금리가 한동안 4%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9bp(1bp=0.01%포인트) 상승한 4.243%를 기록했다. 7월 25일(4.247%) 이후 약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 10년물 수익률은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전후 3.62%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한 달여 동안 상승세다.
국채금리 상승은 뉴욕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최근 10년물 금리가 계속 4%를 넘어서자 최근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고금리는 기업의 적정 주가를 산정할 때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주택 시장 부진도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전미부동산협회는 9월 기존주택 거래량이 연율 384만 건으로 전년보다 4.2% 감소했다고 밝혔다. 2010년 10월 이후 가장 저조한 거래량이다. 집주인들이 새 집으로 옮기면 비싼 모기지 대출을 받아야 하는 부담에 집을 내놓지 않으면서다. 10년물 국채금리는 모기지 이자 산정의 바탕이 된다.
최근 국채금리 상승은 경제 호조 영향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느리게, 적게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연준이 발표한 10월 경기동향보고서(베이지북)는 미국 경제에 둔화 조짐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국채금리 상승이 연착륙 기대감 때문이라면 증시 불안은 해소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데이터트렉리서치의 창립자인 니콜라스 콜라스는 “높은 금리가 부담은 되겠지만 주식은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경제성장이 견고해 기업의 실적 개선이 계속될 것이라는 신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재정적자 증가에 대한 우려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재무부는 최근 2024 회계연도의 미국 재정적자 규모가 1조 8000억 달러라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 기간을 제외하고 가장 많다. 적자가 늘어나면 이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이 늘어 국채 가격의 하락(=국채 수익률 상승) 요인이 된다.
투자자들은 대선 이후 적자가 더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공약인 감세 정책은 세수 감소 요인이며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의 각종 지원금 공약은 재정지출 증가 요인이기 때문이다. 재정적자 우려가 이어질수록 국채금리의 고공 행진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연착륙이 국채금리 상승의 주요인이라 하더라도 결국 고금리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가 둔화하지 않는다면 연준이 금리를 많이 낮추지 못하게 되고, 결국 이번 정책주기의 최종 금리가 생각보다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연준은 2.9%를 최종 금리로 보고 있지만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2026년 3.4%를 최저 기준금리로 보고 있다. 장기 투자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10년물 국채금리가 4% 이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다. FHN파이낸셜의 윌 콤페놀은 “성장 전망과 국채 공급 증가 등을 고려하면 10년물 수익률 범위는 4.0~4.5%대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반면 노동시장이 악화하거나 지정학 위험이 불거질 경우 국채금리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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