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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경주 APEC'에 거는 기대 [로터리]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




2025년 우리나라가 APEC 정상회의를 주최한다. 2005년 부산 개최 이후 20년 만이다. 21개 회원국으로 이루어진 APEC은 전 세계 인구의 40%, GDP의 6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지역협력체인 만큼 정상회의에서 다루는 의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 세계 경제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바로미터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글로벌 의제 선정과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 정립에 대한 우리의 역할을 확대해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도 의장국으로서 우리 정부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을 주제로 정하고 연결과 혁신, 번영을 세 가지 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창립 이래 APEC이 지향한 주요 목표는 아태지역의 경제성장과 번영이었고 1994년 채택한 보고르 목표를 통해 회원국들은 역내 무역 및 투자 자유화를 달성하기로 했다. 2005년 APEC 정상회의의 부제 중 하나도 보고르 목표 달성 의지의 재확인이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적으로 자국중심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무역·투자 자유화는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APEC 회의에서는 디지털 및 탄소중립 전환, 글로벌 공급망과 경제안보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을 제안한다. 이미 2020년 보고르 목표 종료 이후 APEC은 무역투자, 혁신·디지털 경제, 포용적·지속가능한 성장을 3대 핵심 요소로 하는 푸트라자야 비전을 채택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내일을 만들기 위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었으면 한다.



디지털 전환은 첨단기술 발전과 인공지능(AI) 혁명과 함께 가속화하고 있다. 혁신을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와 함께 AI의 위험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시급하다. 포용적·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국가 간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APEC 정상회의는 이에 대해 논의하고 공감대를 조성하기에 최적의 글로벌 포럼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달성 역시, 개별 국가 차원의 노력을 넘어선 국제협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저탄소 기술·제품의 확산을 위한 국제적 표준화, 저탄소·청정 에너지 기술 개발을 위한 기술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APEC 차원의 논의도 필요하다. 기술패권을 둘러싼 미중 전략적 경쟁과 지정학적 갈등으로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은 이미 붕괴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롭게 재편되는 공급망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핵심광물의 수출통제와 경제 강압 제한 등 기본적인 원칙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과 중국이 함께 참여하는 APEC이 이제는 무역투자 자유화가 아닌 경제안보와 공급망 분야에서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시대적 환경은 달라졌지만, 우리가 직면한 도전에 변화로 대응해야 한다는 본질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2025년 APEC 정상회의는 경주에서 열린다. 참석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모두의 공감대를 이끌었던 신라 화백제도의 지혜가 내년 APEC 정상회의에서도 발휘되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우리 경제에 혁신을 체화하고 지속가능한 내일을 선도하는 선진 모범국가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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