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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담금 전면 정비, 국회서 결실 맺어야

김윤상 기획재정부 제2차관

타당·실효성 낮은데도 관행적 존치

18개 폐지·부담금 관리 개정안 제출

국회 조속 법안처리가 민생 위한 길





‘학품아(학교를 품은 아파트)’가 귀해지고 있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줄면서 기존 초중고교도 폐교하는 상황이다 보니 신규 학품아를 찾기가 쉽지 않다.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지역 재개발로 수천 세대 대단지가 들어서도 이제는 학품아가 아닌 곳이 많다. 그래도 이들 아파트 분양가에는 여전히 학교용지부담금이 포함돼 있다. 학교용지부담금은 학교 설립 수요는 많지만 열악한 교육재정 탓에 학교용지를 장만하기 힘들던 시절 생겼다. 분양가의 0.8%나 된다. 분양가 4억 5000만 원인 아파트라면 360만 원이다. 이렇게 꼬박꼬박 걷어도 지금은 학교 신설 수요가 줄어들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쓰지 못한 채 쌓여 있는 적립금만도 지난해 말 기준 1조 2000억 원에 달한다.

사회경제적 변화에 맞춰 이런 부담을 없애거나 줄이는 것이 진정한 민생 정책 아닐까. 부담금 전면 정비는 이런 질문에서 시작됐다. 기획재정부 주도로 관계부처와 함께 91개 부담금을 전수조사해 타당성과 적정성을 검토했다. 이를 통해 32개 부담금을 폐지·감면하는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방안’을 3월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했다. 국민 건강이나 환경 보전 등 꼭 필요한 부담금은 남겨뒀다. 22년 만의 첫 전면 정비였다. 32개 부담금을 정비하는 것만으로도 국민·기업 부담이 연간 2조 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처럼 국민·기업 부담을 하루라도 빨리 덜기 위해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한 12개 부담금에 대한 연간 1조 5000억 원 수준의 감면은 7월부터 시행 중이다. 전기요금에 포함된 전력기금부담금, 항공요금에 포함된 출국납부금, 여권 발급 시 내야 하는 국제교류기여금 등이다.



7월 말에는 나머지 18개 부담금 폐지를 위한 21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학교용지부담금을 비롯해 영화상영관입장권부과금(관람료의 3%), 출국납부금(1000원)도 포함됐다. 이는 각각 영화 관람료와 항공요금에 포함돼 있지만 국민들이 잘 몰랐던 부담금이다. 도로 손괴자에 대한 원인자부담금, 씹는 껌에 붙는 폐기물부담금처럼 여건 변화로 실효성이 낮은데도 관행적으로 존치되고 있는 부담금도 없앤다.

지난달 말에는 부담금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부담금관리 기본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했다. 새로운 부담금을 만들 때는 반드시 타당성 평가를 하도록 하고 모든 부담금에 대해 최대 10년 주기로 존치 타당성을 재점검하는 내용이다. 부담금분쟁조정위원회도 신설한다. 시간·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행정쟁송을 거치지 않고도 국민이 부담금으로 인한 권익 침해를 신속히 구제받을 수 있게 된다.

이번 부담금 전면 정비는 국민 실생활에 밀접함에도 국민들이 납부 사실조차 잘 몰랐던 부담금, 기업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부담금, 정책 목적을 이미 달성했거나 여건 변화로 부과 타당성이 사라진 부담금을 정부가 발굴해서 없애고 줄이는 정책이다. 부담금 정비만으로 국민의 고단한 살림살이가 펴지지는 않겠지만 정부의 존재감과 효용성이 잘 발휘된 민생 정책 사례라고 생각한다. 거의 모든 부처가 협업했고 속도감 있게 진행했다.

이제는 국회가 나설 차례다. 마침 여야는 모두 민생을 말한다. 지금은 부담금 정비 법안을 처리하는 게 민생이다. 부담금 정비의 결실이 국민에게 제때, 제대로 체감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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