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악화로 올해 실무 수습 공인회계사의 대규모 미지정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현직 회계사의 98%가 앞으로 5년 간 신입 선발 인원을 100명 이상 줄여야 한다고 응답한 설문 결과가 나왔다.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와 한국회계학회, 회계정책연구원은 지난 5일 서울 서대문 바비엥교육센터에서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인회계사 적정 선발 인원에 관한 연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고 6일 밝혔다. 한공회 설문 결과에 따르면 현직 공인회계사 2550명 가운데 55%는 앞으로 5년 간 신규 선발 인원을 올해의 1250명보다 400명 이상 적은 850명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37%는 850~1150명 수준을, 6%는 1000~1150명을 적정 선발 인원으로 제시했다. 1250명보다 많은 수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은 2%에 불과했다. 이들과 별개로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국내 4대 회계법인 채용 담당 파트너들은 교육 훈련 비용 증가에 따른 부담을 호소하며 적정 선발 인원을 1000~1100명으로 제안했다.
공인회계사 수험생 284명 가운데서는 24%가 1000~1150명을, 21%는 1150~1250명을, 17%는 850~1000명을 적정 선으로 꼽았다. 850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답변 비중도 9%에 달했다. 1250명이 넘는 인원을 뽑아야 한다는 응답 비율은 29%에 그쳤다. 연구진은 △회계·감사시장 성장률 △회계법인 채용 규모 △시험 응시인 원에 기반한 통계 모형 등을 감안해 내년 적정 선발 인원을 836~1083명으로 제시했다.
한공회가 이날 세미나를 마련한 것은 올해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도 실무 수습 기관에 배정받지 못한 인원이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4대 회계법인의 채용 인원과 합격자 수간 격차가 10여 년 만에 400명 이상으로 벌어졌고 중소형 회계법인조차 들어가지 못한 인원만 200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에 기업 인수합병(M&A)·컨설팅 시장 등이 예상보다 더 심각하게 얼어붙은 탓이다. 여기에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1100명 수준을 유지하던 회계사 선발 인원을 금융위원회가 올해 1250명으로 늘린 점도 악영향을 줬다. 지난해 8월 감사원이 공공기관 등 비(非)회계법인이 회계사 공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 데 따른 조치였다.
이에 올해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 가운데 실무 수습을 받지 못하게 된 80여 명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난달 말부터 트럭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이들은 5일에도 세미나 현장 인근에서 트럭 시위를 벌였다.
최운열 한공회 회장은 “20여 년 만에 대규모 실무 수습 미지정 사태가 재발한 만큼 적정 수준의 회계사 선발 인원 결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자인 황병찬 청년공인회계사회장과 권세원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도 “회계사 시험 선발 인원을 균형감 있게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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