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기술기업(빅테크)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눈치 보기’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8년 전 트럼프 1기 출범 당시에는 무시로 일관했던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이 ‘익숙한 불확실성’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이던 빅테크가 조 바이든 대통령 집권 기간 반독점 소송에 시달리며 민주당에 염증을 느끼게 됐다는 분석도 따른다.
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8년 전 트럼프가 처음 대선에 출마했을 때 그를 무시했던 빅테크 임원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아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주요 빅테크 경영자가 투표일에 앞서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빅테크 경영진의 ‘아첨’은 대선 향방이 결정된 후 노골화하면서 대다수 빅테크 CEO가 X(옛 트위터)에 당선 축하 메시지를 올렸다.
8년 전 트럼프의 첫 임기 시작 때와는 판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었던 빅테크는 트럼프 1기 4년 동안 정부와 지속적인 갈등을 빚어왔다. 당시 트럼프는 제프 베이조스가 워싱턴포스트(WP)를 소유했다는 이유로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미 국방부 클라우드 계약을 취소하도록 압력을 넣었으며 플랫폼 기업이 자신에 대한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며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를 감옥에 넣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NYT는 “트럼프가 첫 임기 동안 기술 산업을 대하는 방식은 예측 불가능했고 때로는 가혹했다”며 “빅테크 전략의 변화는 기업 리더들이 그의 첫 번째 임기 동안 무엇을 배웠는지 선명하게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빅테크 입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을 짐작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두려움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구글·아마존을 상대로 한 미 법무부 반독점 소송에 반대 의견을 보였는데 정작 이 조사는 트럼프 첫 임기 중 시작된 것이다. 그는 첫 임기 말인 2020년 국가 안보 문제를 거론하며 틱톡 개발사인 바이트댄스의 강제 매각을 추진했으나 이번 대선 캠페인 중에는 틱톡 편을 들었다. 뉴욕대 기술정책센터소장인 스콧 바브와 브레넨은 NYT에 “트럼프 당선인은 기술에 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측 불가능하며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입장을 바꾸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 정권이 빅테크 해체에 열을 올렸다는 점도 변심을 촉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정권 4년간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구글·아마존·애플·메타 등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벌였다. 소송은 지루하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구글 등은 사업 부문 강제 매각까지 거론되는 처지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는 공격적인 반독점 조치와 인수합병(M&A)에 대한 단속으로 빅테크에서 뒷걸음질 쳤다”며 “트럼프는 기술적 우위를 놓고 중국 등과 지정학적 전투를 벌이는 빅테크들의 규제에 대한 불평을 호의적으로 경청했다”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