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백지화 가능성을 언급하는 가운데 조 바이든 정권이 보조금 지급을 서두르고 있다. 반도체법 지원금에 기대 미국 내 투자를 늘려왔던 삼성전자(005930)·TSMC·인텔 등에는 호재다.
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인텔과 삼성전자와의 반도체법 협정 체결을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TSMC와 글로벌파운드리가 ‘구속력 있는 계약’을 수주 안에 발표한다는 보도에 이어 나온 소식이다.
반도체법이 바이든 정권의 대표 산업 정책으로 꼽히는 만큼 정권 교체가 이뤄지기 전에 구속력 있는 계약을 체결해 약속된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반도체법을 비판하며 지원금 대신 반도체 관세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4년간 미국에 거액을 투자해온 반도체 기업들이 지원금을 받지 못하거나 인텔 등 미국 기업이 우선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따랐다.
인텔과 삼성전자가 받을 직접 보조금은 각각 85억 달러와 64억 달러에 이른다. 특히 자금난에 시달리는 인텔에 110억 달러에 이르는 정책 대출은 단비와도 같다. 트럼프 당선인 취임 후 강화될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걱정되는 삼성전자에도 희소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보조금 지급 불발로 투자 계획이 중단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기우라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TSMC는 트럼프 당선인 재집권에도 기존 미국 내 투자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TSMC는 미 애리조나에 총 650억 달러를 들여 파운드리 세 곳을 건설하고 있다.
완공 단계에 접어든 TSMC 팹1의 초기 테스트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미 초기 생산 수율이 대만 공장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은 궈즈후이 대만 경제부장(장관)이 전날 입법원(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TSMC의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이 정부 심의를 거쳐 조만간 미국에 설치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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