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파트너스가 요청한 고려아연(010130) 임시 주주총회가 이르면 올 연말께 열릴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이사회를 열고 금융 당국이 제동을 건 2조 5000억 원 규모의 일반 공모 유상증자의 전략 방향을 살핀 뒤 추진·철회 여부를 조만간 결정하기로 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김성훈 수석부장판사)는 영풍이 신청한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사건의 심문 기일을 27일로 결정했다. 통상 법원은 심문 기일을 마친 뒤 1~2주 안에 준비 서면을 받아 인용·기각 여부를 판단한다.
법원이 영풍의 신청을 인용하면 신청인인 주주가 임시 주총 날짜를 지정한다. 주총 소집 통지 기간이 14일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이르면 연말에 임시 주총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주주명부 확정과 공고 작업 등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그 시점이 내년 1월로 넘어갈 수 있다.
안건은 영풍·MBK 측 신규 이사 14명의 선임과 집행 임원 제도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이다. 현재 양측의 지분율 차이는 약 2~3%포인트여서 앞으로 의결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심문 기일이 정해졌다는 소식에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8.03% 하락한 114만 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경영권 다툼에 위기 신호가 잇따르자 고려아연은 이날 본사에서 정기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사외이사들은 이사회 내에 이들만 참여하는 별도의 모임을 만들어 시장과 전문가 등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기로 했다. 주주와 시장의 정서를 보다 깊이 생각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사들은 이번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주주·시장과 당국이 우려하는 지점에 대해 숙의한 뒤 다음 주에 결론을 내기로 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3명으로 구성됐으며 이 가운데 사외이사는 7명이다. 10명이 최 회장 측이고 장형진 영풍 고문만 유일하게 반대편에 서 있다. 김우주 현대차 기획조정실1실 본부장과 성용락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은 자사주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등을 결정한 일련의 이사회에 모두 불참했다.
앞서 금감원은 6일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가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 등에 해당한다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유상증자 추진 경위와 의사결정 과정, 주관사의 기업 실사 경과, 청약 한도 3% 제한 배경, 공개매수 신고서와의 차이점 등에 대한 기재가 미흡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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