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취임 약 6개월 만에 맞이한 탄핵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10일 결론난다. 임 회장이 8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하다가 부결될 당시처럼 재신임을 받을지, 역대 의협 회장 중 두 번째로 임기 중 탄핵될지 결정하는 장은 이날 열릴 임시대의원총회다. 의료계도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정족수 충족이 쉽지 않아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임현택, ‘3분의2 참석, 3분의2 찬성’이면 불신임
10일 의료계 설명을 종합하면 의협 대의원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임 회장 불신임안,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안건을 표결한다. 의협 회장 불신임안은 재적 대의원 3분의2 이상이 출석한 가운데 3분의2 이상 찬성표를 얻어야 가결된다. 비대위 구성은 재적 대의원 과반수 출석 속 찬성이 과반을 얻으면 가결되며 가부 동수는 부결로 간주한다. 의협 재적 대의원은 249명이었는데 최근 1명이 사퇴 의사를 밝혀 현재 248명이다. 현재까지 역대 의협 회장 가운데 임기 중 탄핵된 경우는 2014년 노환규 전 의장이 유일하다.
임 회장은 숱한 막말 논란에다 자신을 허위 비방한 서울시의사회 이사에게 합의금으로 현금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었다. 앞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조현병 환자 비하 발언을 해 정신장애인 단체와 의료계의 거센 비난을 받고 사과한 바 있다. 임 회장이 현재 의정갈등 핵심인 전공의·의대생 단체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면서 사태 해결을 어렵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분주한 찬반 진영… “세대 간 가교 최선” “협력관계 불가능”
임시대의원총회를 앞두고 불신임 찬반 진영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임 회장은 자진사퇴할 생각이 없는 가운데 대의원들을 찾아 전국 각지를 돌면서 그간의 논란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협 집행부는 불신임이 가결될 경우 비대위 구성과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더 큰 혼란이 불가피하며 의정갈등 해결에도 더 큰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두 차례에 걸쳐 사과 서신도 냈다. 임 회장은 지난달 29일 의협 회원들에게 “엄중한 상황에 제 개인의 부적절하고 경솔한 언행들로 회원들께 누를 끼친 점 백 번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달 6일에는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들에게 “차세대 의협의 주인인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의 미래를 위해 최대한 역할을 하며 세대 간 가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그를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공의와 의대생을 중심으로 크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7일 집단사직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공식 입장을 통해 임 회장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대의원들에게 탄핵을 요청했다. 박단 비대위원장 등 사직 전공의 대표 90명이 이름을 올린 입장에서 대전협은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도 8일 의협 대의원들에게 서신으로 “부디 임 회장의 불신임안이 통과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의대협은 “임 회장을 신뢰할 수 없고 향후에도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생들의 결론”이라고 밝혔다.
탄핵 전망은 엇갈려… 불신임때 전공의 대화 나올까
일각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임 회장이 탄핵될 경우 대전협이 의정갈등 속 대화를 거부해 온 기조를 바꿔 협상 테이블에 앉을지 여부다. 임 회장 취임 후 의협은 대전협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면서 의정갈등 상황에서도 주축으로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전협의 임 회장 탄핵 요청을 대의원들이 받아들이게 되면 전공의들도 길어진 갈등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있다. 다만 임 회장 취임 전 비대위가 정부와 단일한 대화채널 구축을 모색했을 때도 대전협이 불참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도 미지수다.
임 회장이 실제 탄핵될지 전망은 엇갈린다. 전직 의협 대의원회 관계자는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임 회장이 말을 함부로 해 전문직 단체장으로서의 위상을 실추했고, 전공의와 소통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회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개원의는 “대의원 3분의2 찬성을 얻기가 쉽지 않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한 반면 한 의대 교수는 “탄핵 찬성표를 던질 사람들이 대의원총회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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