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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시는 '고공행진', K증시는 '추풍낙엽'…디커플링 이유는?

모건스텐리 “K반도체 3악재” 보고서

반도체株 ‘우수수’…삼전 52주 신저가

방산·조선株는 상승…업종 차별 가속화

외인 이탈 지속에 코스피 1.15% 하락

전문가 "美와 탈동조화 이번주 절정”





미국 뉴욕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K증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에 따라 반도체·2차전지의 약세와 바이오·방산·조선 등의 강세로 업종별 차별화가 본격화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업황 악화에 이어 트럼프 리스크까지 반영되며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종목들도 추풍낙엽처럼 무너져 내렸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나란히 1.15%, 1.96% 하락 마감했다. 8일(현지 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지만 미 대선 이후 K증시와는 반대 흐름을 이어가는 양상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항국항공우주(7.78%), 한화시스템(272210)(13.15%) 등 방산·항공주와 삼성중공업(010140)(7.36%), 한화오션(042660)(3.04%) 등 조선주들은 연일 상승 행진을 기록한 반면 KRX반도체(-4.64%), KRX정보기술(-3.95%), KRX에너지화학(-2.44%) 업종의 하락이 전체 지수를 끌어내렸다.

2차전지주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스페이스X 우주선에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소식에 4.39% 올랐지만 삼성SDI(006400)와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는 각각 3.51%, 2.66% 떨어지며 트럼프 트레이드 우려를 반영했다.

이날 지수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락이었다. 두 종목은 각각 전 거래일 대비 3.51%, 3.94% 곤두박질쳤고 원익IPS(240810)(-3.97%), 한미반도체(042700)(-6.48%), 동진쎄미켐(005290)(-6.67%) 소부장 기업들도 일제히 급락했다. 지난주 장 마감 후 기습 ‘유상증자 폭탄’을 공시한 이수페타시스(007660)는 무려 22.68% 추락했다.



반도체주들의 하락은 10일(현지 시간) 모건스탠리가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메모리반도체’ 보고서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하강(downturn)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쟁이 내년부터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이미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겹악재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아시아의 다른 글로벌 반도체 제조 업체로 대만의 TSMC가 유일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해당 보고서는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하고 작성한 셈이다.

코스피가 전장보다 29.49포인트(1.15%) 내린 2531.66으로 마감한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비판적인 입장인 점은 조 바이든 정부 시절 보조금 혜택을 받은 반도체 기업들에는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공화당이 상원에 이어 하원까지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레드 스위프’가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법 폐기나 지원 규모 축소가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64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트럼프 정부가 이 약속을 그대로 이행할지 알 수 없다. 실제 이날 삼성전자는 또다시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며 종가 기준 2022년 9월 3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미끄러졌다.

악재가 켜켜이 쌓이면서 외국인 이탈은 계속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5359억 원어치 현물 주식과 2825억원어치 코스피200선물을 팔아치웠고 기관도 2369억 원을 순매도했다. 개인만 7361억 원어치를 샀지만 지수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10월 30일부터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총 1조 5358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앞서 삼성전자를 9월 3일부터 10월 25일까지 역대 최장인 33거래일간 총 12조 9339억 원을 순매도한 바 있다. 외국인은 이날 SK하이닉스도 110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6거래일 연속 순매수 끝에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와 국내시장과의 디커플링은 단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는 “트럼프의 당선뿐 아니라 의회도 공화당 중에서도 ‘트럼프 충성파’로 구성돼 우리나라의 통상 여건이 불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자동차 업종은 기업의 현지화가 많이 진행돼 크게 불리해 보이지는 않고 조선과 방산 업종도 미국과 산업이 겹치지 않아 큰 우려가 되지 않지만 레거시 반도체와 HBM에 대한 불안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글로벌 투자금 흐름을 살펴보면 4주 연속 선진 시장에는 주식형 펀드 자급이 유입되는 반면 한국·중국·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는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며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 시장으로의 쏠림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커플링은 이번 주가 단기 트럼프 트레이드의 절정이지 않을까 한다”며 “향후 상승 모멘텀이 남아 있는 바이오 종목들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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