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출시할 폴더블폰인 ‘갤럭시 Z플립 7’에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하기 위한 양산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양산으로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의 파운드리·시스템LSI사업부가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삼성 파운드리는 3㎚(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 설비가 있는 화성 S3에서 스마트폰용 AP인 ‘엑시노스 2500’ 초도 양산을 위한 웨이퍼를 투입했다. 이번에 생산하는 AP는 삼성전자 MX사업부가 내년 하반기께 출시할 예정인 폴더블폰 Z 플립 7에 탑재되는 제품이다.
통상 반도체 공장에서 고성능 AP를 제조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5~6개월이다. 삼성 DS부문은 완성된 칩에 대한 패키징·테스트 기간과 스마트폰 제조 시간 등을 고려해 올 4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 MX사업부는 내년에 Z플립 7과 저가 모델 Z 플립 FE를 총 390만 대 출하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MX사업부가 Z플립 7에 엑시노스 2500 탑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업계의 소문은 있었다. 그러나 파운드리사업부에서 연구개발(R&D)이나 평가가 아닌 양산을 위한 웨이퍼를 본격 투입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진 적은 처음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MX사업부가 엑시노스 2500의 성능이 신규 스마트폰에 적용될 만하다는 결정을 내리고 DS부문에 주문을 넣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엑시노스 AP는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칩이다. DS부문 내에서 시스템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의 주력 제품이고 이 칩의 위탁 생산은 파운드리사업부가 맡는다.
올해 출시 예정이었던 엑시노스 2500은 큰 문제를 겪었다. MX사업부가 내년 1월 공개할 예정이었던 최상위급 스마트폰 갤럭시 S25 적용이 불발된 탓이다. 파운드리사업부의 3나노 공정 수율 부진이 발목을 잡으면서 물량 확보와 가격 경쟁력이 칩 경쟁사인 퀄컴에 밀렸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이 문제를 만회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차기 스마트폰 적용을 겨냥하면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LSI 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는 Z플립 7 적용이 점차 가시화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칩 활용처 확대 및 양산 경험 확보, 매출 신장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되는 셈이다.
내년 양산할 예정이었던 2나노 제품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파운드리 사업부는 화성 S3 일부를 3나노 2세대 공정에서 2나노 공정으로 전환하고 있고 시스템LSI사업부는 2나노 AP인 ‘태티스(코드명)’를 개발하고 있다.
다만 삼성 파운드리는 양산 과정에서 3나노 수율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삼성 파운드리가 AP 양산에 돌입했다고는 하지만 20% 안팎의 불안한 공정 수율을 안은 채로 양산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삼성 파운드리의 3나노 고객사 확보 부진과 매출 부진의 주요한 원인으로도 분석된다. 따라서 시스템LSI 사업부가 라이벌인 미국 퀄컴과 가격 경쟁을 벌이려면 수율을 반드시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DS부문 관계자는 “Z플립 7용 ‘엑시노스 2500’ 양산 사실은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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