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훈 한미사이언스(008930) 대표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105만 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매도했다. 약 300억 원 규모다. 임 대표는 지분이 10%가 넘지는 않지만 회사 경영진이어서 블록딜 공시제도 위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임 대표는 이달 14일 보유 주식 105만 주를 거래 시간 마감 후 3만 원 초반대 가격에 장외거래로 매각했다. 임 대표의 지분율은 9.27%에서 7.85%로 줄어들게 됐다.
논란이 되는 건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 위반 여부다. 블록딜 공시제도는 상장사 내부자의 대량 매도로 주가가 급락해 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올 7월 도입됐다. 지분 10% 이상 주요 주주와 회사 경영진, 전략적투자자(SI)는 지분 1% 이상을 거래할 때 거래 가격과 수량·기간을 최소 30일 전에 공시해야 한다.
임 대표의 경우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이자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임 대표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물량을 시간외 블록딜로 매각했다”며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지만 주주들에게 매우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대표가 등기이사면 당연히 사전 공시를 해야 하고 임원 범위에 포함되는지 등 대표의 지위를 봐야 한다”며 “요건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요주주가 연부연납 세액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하는 특정증권등의 매도’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보고 대상에서 제외한다. 임 대표 역시 여기에 해당하기도 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상속세 납부액은 140억 원인데 매도 금액은 300억 원이어서 공방이 생길 여지가 있다고 봤다. 나머지 금액은 주식담보대출 상환에 쓴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약품(128940)그룹 오너 일가는 이날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400억 원), 임주현 부회장(200억 원), 임종훈 대표(140억 원) 모두 상속세 3차분을 완납했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3월 자신의 몫을 먼저 납부했고 다른 이들은 기한을 이날까지로 미룬 바 있다.
내년 3월 4차분 상속세 납부까지 한미사이언스의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임종윤 이사의 주식담보대출 만기가 이달 28일이어서 변수가 될 수 있다. 모녀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게 지분을 일부 매각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다.
오너 일가에는 송 회장(743억 원), 임주현 부회장(353억 원), 임종윤 이사(353억 원), 임종훈 대표(347억 원) 등 아직 1796억 원의 상속세가 남아 있다. 내년 3월과 202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나머지 금액을 내야 한다.
이날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전일 대비 1.54% 하락한 3만 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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