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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에이태큼스 허용에 푸틴 '핵교리 개정 승인' 강수

바이든 대통령 퇴임 앞두고 급격한 정책 전환에

러 “불에 기름 끼얹어”…푸틴 핵교리 개정 승인

트럼프 측 “퇴임 앞두고 전쟁 일으키나” 반발도

우크라, 에이태큼스 활용 러 본토 첫 공격 나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퇴임 2개월여를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자국 장거리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데 사용하도록 허용하면서 우크라이나 전황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조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非)핵보유국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핵 사용에 대한 교리(독트린)를 승인하면서 맞대응에 나섰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 등 서방에도 핵무기를 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평가까지 나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서명한 핵 독트린(핵 교리) 개정안은 비핵보유국이라도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한다면 이를 양국의 공동 공격으로 간주, 두 나라 모두 핵무기로 보복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지원 받은 무기로 러시아의 중요 군사시설을 타격하면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에도 핵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노골적 위협인 셈이다. 러시아는 또 주권을 위협하는 재래식무기 공격, 러시아 영토에 대한 적의 항공기·미사일의 대량 발사, 동맹인 벨라루스에 대한 공격이 발생하면 핵 대응을 고려할 권리를 교리에 명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비핵 미사일을 사용하면 핵 대응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개정 교리에 대해 “핵무기 사용은 국가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면서도 “러시아는 새로운 군사 위협 및 위험의 출현으로 핵무기 사용 조건을 명확하게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9월 국가안보회의에서 “핵 억제 분야 정책은 현실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며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으로 러시아를 공격하면 지원국 역시 공격자로 간주한다는 내용 등을 개정 교리에 담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었다. 푸틴의 강력한 경고에도 바이든 정부가 17일 ‘미국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해도 된다’고 허용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전황은 급변하고 있다. 당시 러시아는 “3차 세계대전 시작을 향한 매우 큰 발걸음”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핵 교리 개정안 승인을 두고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우크라이나에 허용한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푸틴의 대답”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트럼프 인수팀은 바이든의 결정을 두고 일제히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백악관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긴장을 고조시켰다”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르게 됐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안보 책사인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 대사는 X(옛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이 마치 새로운 전쟁을 일으키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군산복합체(바이든 정부)는 아버지가 평화를 만들고 생명을 구할 기회를 갖기 전에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싶어 하는 듯하다”며 “수조 달러의 돈을 틀어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공언하며 미국의 전쟁 지원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반(反)러시아 전선을 공고히 하고 있는 유럽 주요국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가 중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푸틴 대통령이 승리하게 놔둘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에 프랑스와 공동 개발한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프랑스명 스칼프-EG) 사용 승인을 시사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인공지능(AI) 유도 무인기(드론) 4000대를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독일은 장거리 순항미사일 타우러스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처음으로 러시아 영토를 에이태큼스 탄도미사일로 타격하면서 전쟁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RBC우크라이나는 이날 군 당국자를 인용해 해당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30㎞ 떨어진 브랸스크 지역에 있는 러시아군 시설을 요격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우크라이나군이 에이태큼스 6발로 브랸스크의 군사 시설을 공격했으며 6발 중 5발은 요격하고 1발은 손상을 입혔다”고 밝혔다. 다만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미국이 러시아 쿠르스크에 한해 미사일을 쓸 수 있도록 제한했다는 언론 보도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북한제 미사일 파편들을 보여주면서 북러 협력을 비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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