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이 트랜스젠더 연방 하원의원 당선을 계기로 다시 한번 성소수자 권리를 둘러싼 '문화전쟁'에 돌입했다. 공화당이 생물학적 성별에 따른 화장실 이용을 강제하는 결의안을 발의하면서다.
1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낸시 메이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의회 내 화장실과 탈의실 사용을 생물학적 성별로 제한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 결의안은 하원 의원과 직원들이 생물학적 성별과 다른 단일성별 시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결의안은 내년 1월 취임 예정인 세라 맥브라이드(34) 당선자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맥브라이드 당선자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트랜스젠더 연방 하원의원으로 2020년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에 이어 이번에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메이스 의원은 맥브라이드를 저격했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전날 기자들에게 “맥브라이드는 발언권이 없다”며 “그는 생물학적 남자이며 여자 공간, 여자 화장실, 탈의실에 속하지 않는다. 이게 끝”이라고 직격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역시 "여자 화장실에 남자를 두지 않을 것"이라며 가세했다.
이에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멜라니 스탠스베리 의원은 "내 여성 동료들이 다른 동료를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역겹고, 부끄럽고, 무책임하고, 반민주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비열하고 잔인한 처사"라고 비판했으며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단순한 편견이 아니라 노골적 괴롭힘"이라고 분노했다.
맥브라이드 당선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매일 미국인들은 자신과 다른 삶의 여정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러 가고, 존중을 토대로 그들과 교류한다"며 "나는 의회 의원들이 같은 친절을 베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고물가 등 실질적 문제에서 주의를 돌리려는 극우 극단주의 세력의 시도"라며 "의회가 문화전쟁이 아닌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맥브라이드 당선자가 개인의 권리보다 민생을 강조한 것은 민주당 내부 논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각에서 성소수자 권리 강조가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 만큼 신중한 접근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이번 사태를 민주당 공격의 소재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성소수자 권리를 둘러싼 양당의 대립이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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