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도날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압승하면서 47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그는 1950~1960년대처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내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관세를 통한 보호무역주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폐지를 통한 미국 제조업 재건, 기후변화 부정을 통한 석유 및 연관 산업 주도권 유지, 미군 비용의 각국 부담을 통한 국방 지출 절감, 정부기관 통폐합 및 공무원 수 절감을 통한 재정 지출 감소, 불법이민자의 유입 차단을 통한 미국의 재성장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만든 것도 미국이고, WTO 체제하에서 가장 큰 혜택을 봤고 이제는 미국을 앞서겠다는 중국을 개방으로 이끈 것도 미국이다. 2023년 기준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6위이며, 1~5위는 인구가 얼마 안 되는 룩셈부르크·아일랜드·스위스·노르웨이·싱가포르다. 세계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잘 사는 미국이 얼마나 더 잘 살겠다고 하는 걸까? 1인당 GDP가 6만5000 달러인 미국이 고작 3만6000 달러인 한국보고 돈 많은 머니머신이라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한국도 중국 때문에 제조업이 무너지고 있어서 힘든데 말이다. 러스트 벨트의 노동자나 소득 하위 계층의 가난이 미국 제조업 몰락 탓만은 아니다. 부의 편중이 심하고 1인당 GDP 대비 시간당 최저임금이 낮고 의료비용이 과다한 것이 더 큰 문제다.
그래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같은 사람들은 미국의 분배시스템과 의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미국이 1950~1960년대처럼 절대적인 위치를 다시 가진다면 나머지 나라들은 그 당시처럼 못 살아야만 할 것이다. 더불어 15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까지 미국 수준으로 살겠다고 하면 나머지 국가들은 거지처럼 살아야 하는 건가? 아무런 자원도 없고 농산물도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점점 더 외부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고 감정적이거나 감상적으로 대응할 일은 아니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담당할 사람은 알렉스 웡 백악관 수석 국가안보 부보좌관이다. 트럼프 1기에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이 이뤄질 당시 협상실무를 맡았던 사람이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 전에 한국 대통령과 만나겠다고도 했다고 한다. 아마도 취임하자마자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혹은 정전)을 시키고, 김정은과는 정상회담을 다시 할 터이니 협조해달라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의 의사를 관철해야 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이제는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최소한 핵 잠수함을 보유하는 것만이라도 미국의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 트럼프가 노벨 평화상을 받도록 해주고 우리는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우주군을 창설했고 최측근이 된 일론 머스크는 실질적으로 뉴 스페이스를 열어온 사람이기 때문에 우주안보와 우주산업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가 출신들은 대개 기브앤테이크가 명확하고 거래와 협상을 잘한다. 미국 주도의 우주안보 질서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체의 우주안보 자산을 확충함과 동시에 미국의 우주군, 항공우주국(NASA) 등 우주 관련 기관 및 우주기업들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어떤 것을 주고 어떤 것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지금부터라도 치밀하게 세워야 할 것이다.
트럼프 차기 대통령은 얼핏 이상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시각에서 보이는 세상을 우리도, 우리가 동의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또 그의 생각을 읽고 그의 사고체계에 비추어 대한민국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며 그가 MAGA 정책을 펼치는데 매우 효용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게 우리의 논리를 개발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전 세계가 이전에 없던 반응을 보이고 러시아뿐만 아니라 영토를 잃은 상태인 우크라이나도 종전을 고려하게 만드는 것을 보면 그는 대단한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그는 세상을 변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변화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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