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시험 효력 정지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묵묵부답이던 연세대가 ‘추가 시험’이라는 반전 카드를 내밀었다. 기존 시험과 추가 시험에서 모두 합격생을 선발함으로써 당초 예정된 정원의 두 배를 뽑겠다는 설명이다. 수시 모집 마감일(12월 26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법적 공방이 이른 시일 내 마무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결자해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연세대는 입장문을 내고 12월 8일 자연계 논술 추가 시험(2차 시험)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차 시험은 10월 12일에 시행됐던 시험(1차 시험)을 봤던 수험생이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점은 1차 시험의 효력 역시 유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연세대 측은 “1차 시험에서 뽑기로 한 261명은 그대로 1차 시험 결과로만 선발하고 13일에 합격자를 발표한다”며 “2차 시험에서도 261명의 합격생을 선발해 12월 26일 이전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1·2차 시험 중복 합격생이 발생할 수 있고 2차 시험의 경우 추가 합격자를 발표하지 않을 예정이기 때문에 실제 합격생 수는 이보다 적을 수 있다.
이로써 연세대는 당초 예정된 정원보다 최대 두 배의 합격생을 뽑게 됐다. 1차 시험을 무효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에 대안으로 거론됐던 재시험과는 다르다.
연세대가 예상 외의 ‘통 큰’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추가적인 사법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시험으로만 합격생을 뽑을 경우 1차 시험에서 합격권을 기대했던 수험생들이 또다시 소송을 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수험생들은 연세대가 법원의 논술 시험 효력 정지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가처분 이의신청이 이달 20일 기각되자 ‘재시험 반대’ 카카오톡 오픈톡방을 개설하고 집단행동을 준비하기도 했다.
연세대가 결자해지에 나서면서 우선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입시 현장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연세대가 261명을 추가 선발하면서) 수시 합격선이 하락하고 추가 합격이 대거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시 모집에 상위권 대학 261명을 추가로 뽑은 만큼 정시 합격선에도 하락 요인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고등학교 1학년이 최대 피해자라는 분석 또한 나온다. 연세대 측이 이번에 초과 모집한 정원만큼 2027학년도 정원을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측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연세대가 제안한 추가 시험과 이로 인한 합격자 두 배 선발은 대학의 과실로 인한 초과 모집에 해당한다”며 “신입생 초과 모집 인원 처리 기준에 근거해 2027학년도 모집 인원을 감축하도록 하는 명령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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