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故) 김수미가 생전 41년간 쓴 일기가 12일 신간 『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로 출간됐다.
이번 책은 김수미가 30대였던 1983년부터 2024년까지 써 내려간 일기를 담고 있다. 80·90년대를 거쳐 현재까지의 시대상과 한 여성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생전 법적 분쟁 과정에서 겪은 심정 고통이 상세히 기록됐다. 김수미는 별세 직전까지 아들 정명호 씨와 함께 지분을 보유한 식품회사로부터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피소된 상태였다.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의 일기에서 김수미는 “하루하루가 고문”이라며 “기사가 터져서 어떤 파장이 올지 밥맛도, 잠도 수면제 없이 못 잔다”고 털어놨다.
지난 1월 22일 기사 보도 당일 일기에는 “오늘 기사가 터졌다. 오히려 담담하다. 반박 기사를 냈다. 나쁜 놈. 나더러 횡령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다”라고 토로했다.
나흘 뒤 일기에는 “연예인이라 제대로 싸울 수 없다. 합의하는 게 최선이다. 안 되면 법으로 가야 하고. 주님, 도와주세요. 딸한테 1억이 다시 들어오게 돼서 다행이다”라고 적혀있다.
특히 "주님, 저는 죄 안 지었습니다. 저 아시죠? 횡령 아닙니다. 아시죠? 재판장님, 이 글을 쓰는데 심장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라며 힘겨워하는 심정이 고스란히 담긴 부분이 담기기도 했다.
김수미는 말년에 공황장애를 앓기도 했다. 지난 1월 일기에는 "정말 밥이 모래알 같고 공황장애의 숨 막힘의 고통은 어떤 약으로도 치유할 수 없다"는 내용이 적혔다.
유족들은 고인의 마지막 홈쇼핑 방송 출연과 관련해 "모두 만류했지만 회사의 압박으로 출연한 것이 가슴 아팠다"고 전했다. 딸 정씨는 "스트레스와 공황장애로 정신적으로 힘드셔서 안정이 필요한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1971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수미는 50년 넘게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22년 2개월간 '전원일기'의 일용 엄마 역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으며 이후에도 욕쟁이 할머니 등으로 활약했다..
한편 고인의 명복을 비는 49재가 이날 오후 2시 경기 용인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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